HOME 배구 홍성욱의 배구산책
[홍성욱의 배구 산책](70) 11년 만에 출전한 남자 세계선수권대회가 준 교훈
홍성욱 기자 | 2025.09.20 05:49
한국 선수들. ©Volleyball World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11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대표팀은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막을 올린 2025 FIVB(국제배구연맹) 남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C조 조별리그 3경기를 소화했습니다. 14일 프랑스전을 시작으로 16일 아르헨티나전, 18일 핀란드전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결과는 3패였고 조 최하위 예선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번 대회에 나선 32개국의 면면을 볼 때, 그리고 죽음의 조가 된 C조의 상황을 볼 때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 엔트리에 든 우리나라 국가대표 14명에게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모두가 처음 밟은 큰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올해 5월 진천선수촌 소집 이후 7월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2025 AVC(아시아배구연맹) 네이션스컵 출전을 시작으로 브라질 전지훈련, 동아시아대회를 거쳐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며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 개막 전 세계랭킹 25위로 출발했고, 조별리그를 마친 현재는 26위로 1계단 내려왔습니다. 한국이 이 정도 수준의 랭킹을 유지한다면 2년 뒤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다시 나설 수 있습니다.

또한 2026년에는 동아시아대회, 아시아네이션스컵,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아시아권 대회들이 이어집니다. 특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습니다. 사력을 다해야 할 대회입니다.

이제 선수들은 귀국해 소속팀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오는 10월 말에 시작되는 V-리그를 통해 팬들과 만나게 됩니다.

한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팀에 뽑혀 열심히 훈련하고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이 타성에 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1점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절감했습니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V-리그에서는 득점이었는데 세계 무대에 나오니 블로킹 벽에 막히며 득점이 불발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강서브가 우리 코트에 떨어지는 걸 눈으로만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고, 선수 사이를 공략하는 서브에는 애를 먹었습니다.

선수들은 소속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지만 내년 대표팀 여정을 이미 머리에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무대를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선택해야 합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득점에 실패했지만 한국 리그에선 손쉽게 득점할 수 있는 그 길을 다시 찾지 말고, 어느 무대에서나 통할 수 있는 확실한 득점루트를 지속적으로 공략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년 대표팀에서도 지금의 경기력 이상을 펼쳐보일 수 있습니다.

걱정스러운 건 V-리그 시즌이 너무 길다는 사실입니다. 6개월 장기레이스를 펼치면서 손쉬운 득점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습관이 든다면 내년 대표팀은 또다시 암울해질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국가대표팀에 뽑히면 새로운 훈련을 통해 득점 루트를 개발해야 합니다. 수비에선 더욱 수정할 부분이 많아집니다.

높이뛰기로 비유하자면 낮은 높이에서 수개월 연습하다 갑자기 높이를 끌어올리는 것과 흡사한 상황입니다.

선수의 성장은 훈련을 기반으로 한 경기를 통해 이뤄집니다. 훌륭한 상대와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는 기량이 성장합니다. 결국 A코트의 성장은 B코트 상대의 수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 V-리그가 상향평준화되고 코트에 서는 선수들의 평균 수준이 더 향상될 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은 국제경쟁력에 수렴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V-리그가 끊임없이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V-리그는 우리나라 최상위 리그이기 때문에 경기력, 즉 품질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수준 낮은 선수가 코트에 설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대표팀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리그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느껴야 합니다.

일본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충격의 예선 탈락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세계랭킹 5위로 대회를 출발한 일본은 16위 튀르키예에 0-3 완패한 뒤, 11위 캐나다에도 0-3 완패하며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일본배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은 16강 토너먼트부터 마닐라 출장을 계획했었기에 조별리그 때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예선통과를 확신했었고, 탈락의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여러 주축 선수들이 해외리그에서 높은 수준의 배구와 마주하고 있고, 자국의 SV리그 또한 외국인선수 출전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코트에 서는 선수들의 수준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내년 국제대회를 통해 권토중래를 노릴 것입니다.

우리 V-리그도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리그로 변모해야 합니다. 리그의 수준이 떨어지면 관중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됩니다.

최근 남자배구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사실입니다. 이전 10년 혹은 20년으로 범위를 넓혀 비교해보면 더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남자배구 인기가 떨어진 건 스타마케팅 실패도 원인이지만 결국은 국제경쟁력과 경기력 문제입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계속 세계적인 선수들과 상대한다면 분명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 의지를 우리는 살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선 오늘부터 16강 토너먼트가 시작됩니다. 아시아권에선 이란이 홀로 16강에 턱걸이 했습니다. 유럽 10개국, 북미 2개국, 남미 2개국, 아프리카 1개국이 우승컵을 놓고 경쟁합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내년 대표팀을 위한 시간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선 세계 최고 수준이 어떤한지를 분석하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정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16강이 열리는 마닐라 파사이시티에는 라미레스 감독과 마르코 코치가 현장에 남아 있습니다. 주도면밀하게 분석할 것입니다. 2026 남자대표팀이 기대됩니다. 이미 그 꿈은 꿈틀대고 있습니다. 마닐라에서 얻은 교훈은 2026년을 관통해 2027 세계선수권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