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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68) 한국 여자배구, VNL 복귀 10년 프로젝트
홍성욱 기자 | 2025.07.17 13:26
한국 선수들. (C)FIVB

한국 여자배구가 2025 FIVB(국제배구연맹)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18개 참가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됐습니다.

모랄레스 감독이 이끈 한국은 1승 11패 승점 5점을 기록하며 태국과 승패는 같았지만 승점이 1점 모자라 결국 강등의 아픔과 마주했습니다.

한국의 강등은 전세계 배구계가 예상한 결과였습니다. 새삼스럽지 않다는 겁니다. 이는 VNL 태동 때부터 만든 시스템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FIVB는 과거 남자부 월드리그와 여자부 월드 그랑프리 체제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8년부터 VNL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출전 국가를 상위리그와 하위리그로 나눴다는 점에 방점이 찍힙니다.

과거 월드리그는 32개 국가가 출전했지만 VNL은 출범 첫 해인 2018년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16개국에게만 참가자격을 부여했습니다. 참가국을 절반으로 줄인겁니다.

다만 VNL도 월드리그나 그랑프리처럼 핵심(Core)국가와 도전(Challenger)국가로 나눈 것은 공통점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자 대표팀이 핵심국가 지위를 받았습니다. 남자 대표팀은 도전국가로 출발했다가 강등된 이후 VNL 출전이 요원한 상황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재진입 시기가 불투명합니다.

여자 대표팀은 핵심국가로 분류된 덕분에 전패와 꼴찌를 반복했음에도 2024년까지 참가가 보장됐습니다.

하지만 참가국이 18개국으로 늘어난 올해 한국이 최하위를 기록한 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꼴찌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지만 캐나다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체코, 도미니카공화국, 불가리아를 상대로 승점을 획득했습니다. 벨기에전 또한 승점이 아른거릴 만큼 선전했던 경기였습니다.

지난해 승리했던 태국과의 맞대결이 없었던 점 또한 아쉽습니다. 태국이 17위를 기록한 만큼, 진검승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한국은 18개국 가운데 승리도 가장 적었고, 승점도 가장 적었습니다. 세트득실률과 점수득실률에서도 최하위였습니다. 종합적으로 실력이 모자랐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작은 희망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팀을 상대로 실력 격차를 미세하게 좁혔습니다. 이전처럼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고, 버티는 힘도 생겼습니다. 이는 패하면서 축적된 교훈이었습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뒷심을 보이며 승리하는 힘까지 지니지 못한 가운데 변방으로 밀려난 건 참담합니다.

한국은 이번 VNL에서 세계랭킹 35위로 출발해 34위로 올라섰다가 마지막에 37위까지 내려왔습니다. 뼈아픈 대목입니다.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의 VNL 재진입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랭킹을 끌어올릴 방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내준 VNL 빈자리는 세계랭킹 15위인 우크라이나와 16위인 아르헨티나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합니다. 이 대회의 성적에 따라 VNL 티켓 획득 여부도 가려지게 됩니다.

결국 한국 또한 이 정도 순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려야 VNL에 다시 나설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 가운데 막내인 김다은(한국도로공사)과 이주아(GS칼텍스)가 고참이 됐을 때 다시 VNL에 나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은 이제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우선 VNL 출전은 장기계획으로 돌려야 합니다. 10년을 목표를 해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목표는 단계별로 세워야 합니다. 아시아권 대회에서 랭킹포인트를 추가하면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통해 세계무대와의 끈을 이어가야 합니다.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7일까지 태국에서 여자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립니다. 한국은 출전자격을 얻지 못했습니다. 아시아에선 중국(4위), 일본(5위), 태국(20위), 베트남(26위)까지 4개국이 참가합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출전국이 32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개최 주기도 4년에서 2년으로 촘촘해졌습니다. 이는 한국 여자배구에 희망적인 부분입니다. 지금 37위인 한국은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려 2027세계선수권 대회 출전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2026년이 매우 중요합니다. VNL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굵직한 4개 대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AVC(아시아배구연맹) 네이션스리그, 동아시아대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아시아 각국들과의 각축전이 펼쳐지게 됩니다. 특히 아시아선수권 우승국에는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집니다.

한국은 2026년에 출전하는 4개 대회에서 최대한 랭킹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특히 카자흐스탄(34위)을 확실하게 제치고, 베트남과의 격차 또한 줄여나간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며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멀어진 세계무대와의 간극 또한 좁혀야 합니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23일에 다시 소집됩니다. 오는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진주에서 열리는 코리아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합니다. 올해 대표팀의 마지막 여정입니다.

특히 이 대회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일본, 프랑스, 체코, 스웨덴, 아르헨티나가 정예멤버를 이끌고 최종 점검을 하는 무대입니다. 랭킹포인트와는 무관합니다.

한국은 쟁쟁한 나라들, 특히 유럽의 장신 선수들과 만날 기회가 당분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진주 코리아인비테이셔널 5경기는 그래서 매우 소중합니다. 당분간 없을 유럽 국가들과의 만남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한국 여자배구는 지금 포스트 김연경 시대입니다. 김연경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추락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또 다른 김연경을 기다려선 안된다는 점입니다. 한국을 도쿄올림픽 4강으로 이끈 뒤 현재 폴란드 대표팀을 지휘하는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 같은 슈퍼스타의 탄생은 기적일 뿐이다. 그런 슈퍼스타는 꼭 한국에서 태어나라는 법이 없다. 한국은 운에 기대지 말고,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의 평균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 배구 전체가 강해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한국 여자배구가 조금씩 강해지려면 대표팀 경기에 국내 최정예 멤버가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취약포지션에 대해선 장기 프로젝트가 바로 가동돼야 합니다.

여자배구가 큰 인기를 끌었던 건 김연경의 활약이 가장 큰 임팩트였습니다. 런던올림픽과 도쿄올림픽 4강은 잊을 수 없는 큰 영광이자, 기쁨이었습니다. 양효진, 박정아, 김희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이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팀의 최고참이 됐습니다. 불과 4년 전에 세계랭킹 9위였던 한국 여자배구는 지금 37위입니다. 이 순위가 바닥이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희망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당분간 VNL에 나설 수 없지만 새로운 도약을 꿈꿉니다. 10년을 잘 준비해 나아가는 가운데 팬들도 인내심을 가진다면 해낼 수 있을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VNL 강등은 도약의 출발점이어야 하겠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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