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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63) ‘시험대 오른’ 흥국생명의 위기관리 능력
홍성욱 기자 | 2024.12.25 07:25
24일 김천 원정길에서 한국도로공사에 0-3으로 패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경기 후 인사를 위해 도열해 있다. (C)KOVO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의 최강팀은 흥국생명입니다. 개막 이후 14연승을 질주하면서 독주체제를 이어갔습니다.

물론 연승 과정에서 두 차례 파이널세트 접전을 펼치는 등 어려운 상황과도 마주했지만 그럴 때마다 잘 이겨냈습니다.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시즌 반환점 직전까지 이어진 흥국생명의 독주체제는 김연경의 활약과 외국인선수 투트쿠의 뒷받침이 핵심 뼈대였습니다. 김연경의 전방위 활약은 흥국생명을 강팀으로 인식하게 하는 핵심요소입니다.

여기에 투트쿠의 블로킹 능력과 공격 기여가 팀을 강하게 무장시켰습니다. 교체로 합류한 아시아쿼터 선수 피치도 한 몫을 하면서 팀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이고은 세터와 신연경 리베로의 가세입니다. 두 선수가 합류하면서 이번 시즌 초반 팀의 경기력은 안정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이런 행보는 12월 17일 인천 정관장전 패배와 함께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정관장의 파상공세에 1-3으로 패하며 연승 행진이 멈춰섰습니다.

이날 패배 속에는 두 가지 악재가 동반됐습니다. 우선 다니엘레 수석코치가 2세트 19-17 상황에서 정관장의 작전 타임 때 상대 코트로 넘어가 뒷짐을 진 상태로 고희진 감독을 향해 조롱하는 표정으로 말을 했습니다.

이후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한 한국배구연맹(KOVO)은 26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다니엘레 코치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니엘레 코치는 사태가 커지자 정관장 고희진 감독에게 전화로 사과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대처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구단에서도 이를 아본단자 감독과 다니엘레 코치에게 주지시켜야 했었지만 그럴 정도의 상황판단력은 뒷받침되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 경기 후반 투트쿠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습니다. 투트쿠는 이후 복수의 병원에서 크로스 체킹을 받았지만 최소 2주 이상은 쉬어야 하고, 경기에 나서면 같은 부위의 부상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구단은 대체 선수를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한 대상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한 구단의 시즌 농사가 외국인선수 한 명의 부상으로 인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투트쿠의 부상 이후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20일 수원 원정에서 2위 현대건설에 0-3으로 무너지며 연패를 당했습니다. 김연경까지 막히면서 속수무책으로 패했습니다.

24일에는 김천 원정길에서 6위 한국도로공사에 0-3으로 패했습니다. 세트 후반 접전이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완패였습니다. 이 경기에선 피치도 결장했고, 신연경 리베로도 볼 수 없었습니다.

14연승 이후 3연패에 빠진 흥국생명은 최대위기 상황입니다. 불안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 남은 시즌은 부담스럽습니다. 흥국생명의 나머지 시즌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흥국생명은 지름길을 버리고 정도를 가야 합니다. 우선 다니엘레 코치에 대해 KOVO의 징계가 확정되면 구단은 더욱 무거운 징계로 사태를 일단락하며 출구전략을 펴야 합니다.

남은 시즌 승점 관리에 대한 정밀한 시뮬레이션도 필요합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라는 엄청난 장점요인이 있습니다. 주인공 김연경을 활용하기 위해선 여러 색깔있는 조연들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능숙한 조연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상대 입장에선 흥국생명을 대하는 전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김연경에게 줄 점수를 주고, 다른 쪽 공격을 막는 작전을 펴는 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김연경쪽만 집요하게 막으면 다른 쪽은 수비로 막아도 된다는 계산입니다.

팀의 최대 강점이던 블로킹도 헐거워졌고, 수비 때도 이전 같은 짜임새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험이 없고 준비가 덜된 선수들이 코트에 나서고 있습니다. 원래 멤버들이 돌아오거나, 아니면 코트에 설 기회를 받은 선수들이 적응할 때까지 흥국생명은 시간싸움에서 버텨내야 합니다. 그 시간이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지만 그 때까지 버텨내야 합니다. 열정 하나로는 그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흥국생명은 안정기에서 갑자기 모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배구를 보여줬지만 지금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다시 단단해지려면 하나씩 기틀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이 새로운 출발점이라 판단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총력전을 펴야 합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보고 받는 위치에서의 판단력이라는 사실을 흥국생명은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위기관리는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방향을 바라볼 때 추진될 수 있다는 점도 상기해야 하겠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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