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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가 된 돌주먹…김세기가 링에 서는 이유
고준일 기자 | 2017.05.13 10:37
김세기 (C)스포티즌

[스포츠타임스=고준일 기자] 이쯤 이면 그만 할 때도 된 것 같다. 전성기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였고, 2010년 부상 이후 지금까지 고작 3경기를 치렀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39세의 나이와 한 가정의 가장, 체육관의 관장으로 있는 현재의 모습 역시 선수 활동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과거 '돌주먹'으로 이름을 알렸던 킥복서 김세기. 한동안 링을 떠나 있었던 그가 돌아온다.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국가 대항 입식타격 대회 'ICX 서울'에 출전한다. 지난해 4월 말 MKF 대회에서 3년 만의 복귀전을 치렀던 김세기로선 약 1년 만의 경기다.

'늦은 나이에 고생이 많다'는 기자의 말에 김세기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 마흔을 앞두고 있다 보니 힘은 들지만 이만큼 재밌는 게 또 어디 있겠어요? 나야 뭐 워낙 들러리로 나섰던 지라 이런 무대가 있는 것만으로 고맙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좋아서 하는 것이라지만 고생은 고생이다. 자신을 조련해줄 지도자나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체육관 경영이라는 생업 가운데 시간을 따로 빼서 훈련해야 한다. 한동안 선수로 활동하지 않은 탓에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신체능력과 감각도 끌어올려야 한다. 많은 준비 시간을 필요로 하는 상황. 그러나 마음만은 긍정적이다.     

"아무래도 체육관이 있다 보니 집중을 많이 못하고 운동할 파트너가 마땅히 없다는 게 고충이지만, 그것 빼곤 뭐 불만은 없어요. 이게 운동을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체력이 떨어진 것을 못 느끼고요. 아직 맷집도 끄떡없어요"라고 했다. 

김세기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체육관 수업을 남에게 부탁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하지 않았다. 어려운 여건에서 힘들게 준비해야 얻을 것이 많다는 신조를 갖고 있는 그다.

"이런 상황에서 싸워 봐야 다음에 또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수업을 맡기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또 그렇게 해야겠더라고요.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모든 수업을 진행하면서 훈련했습니다. 내 여건에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기분 좋게 고생 좀 하고 있네요"라며 껄껄껄 웃었다.

이렇게 힘든 것을 왜 하느냐고 묻자 "어려운 거니까 하는 거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여건에서 하면 배우는 게 적고, 제자들에게 가르쳐줄 것도 별로 없어요. 전 사실 예전부터 안 좋은 여건이었지만, 그런 경험 덕에 제자들에게 해줄 얘기가 많아요. 그래서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서 나름대로 재산을 축적한다고 할까요. 핑계대지 않고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버질 칼라코다와 뜨겁게 격돌한 2007년~2008년, K-1 맥스 토너먼트와 더칸에서 경쟁했던 2009년. 지금 경기를 준비하는 김세기의 마음은 그때와 차이가 있다. K-1 월드 맥스의 무대를 밟고, 선수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겠다는 목표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개인적인 상황이 변하면서 선수로서의 지향점 역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서 스스로 정한 경기의 테마는 '김세기는 살아있다'다. 여건은 어려워졌지만 적어도 팬들이 기억하는 예전 김세기의 모습은 잃고 싶지 않다. 그의 말대로라면, 강한 맷집과 파워가 바탕이 되는 투박하면서 저돌적인 파이팅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요즘은 예전처럼 짧은 시간 안에 강해지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보단 '아직 김세기가 있다', '김세기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이 커요. 여전히 그렇게 싸울 수 있고 마흔을 앞둔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었음에도 내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하죠"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기면 좋지만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도 내려놨다. 목표는 KO승이 아니고 3라운드 승부라고 했다.

"이번 상대가 23살짜리 애더라고요. 체력이 엄청 좋을 거예요. 젊은 친구를 상대로 3라운드 내내 밀어붙이며 진흙탕 경기를 해보려고요. 체력과 힘에서 만큼은 지고 싶지 않거든요. 그걸로 이기면 뿌듯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가장 큰 걱정은 경기를 불태우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MKF 대회에서 3년 만의 복귀전을 가졌던 김세기는 개운하지 못한 경기를 펼쳤다. 원래 슬로스타터인 데에다 오랜 만에 링에 오른 탓인지 그의 몸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터지기 전에 끝나버린 경기였다.

김세기는 "그때처럼 불도 못 붙이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까지 불이 안 붙은 경기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경기 후 심적으로도 좀 힘들었습니다. 경기를 불태우지 못하느니 노가드로 두드려 맞는 게 좋다는 생각도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ICX는 스포츠 전문 비즈니스 기업 스포티즌이 아시아 입식격투기 단체 더칸(한국), 쿤룬파이트(중국), 라이즈(일본), 탑킹(태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설립한 브랜드다. 김세기 외에도 이성현, 노재길, 이찬형, 김동수 등의 국내 간판선수들이 출격한다. 이번 첫 대회는 14일 오후 5시 20분부터 SPOTV+에서 생중계된다.

고준일 기자  mma93@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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