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2007년부터 KLPGA 정규투어에 나선 이정은(교촌F&B). 그가 겪어 온 9년을 되돌아보면 ‘화려함’이 ‘꾸준함’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데뷔 초반 파워 넘치는 대형 신인의 등장에 관심이 쏠렸고, 2009년 아시아투데이 김영주골프 여자오픈과 메이저대회인 KLPGA 선수권대회 우승까지 거머쥐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2010년과 2011년에도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과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각각 우승하며 두 손을 번쩍 쳐들었다.
그러나 이후 투어에 꾸준히 참여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인고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정은은 묵묵히 훈련하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노력은 그를 지켜냈다. 지난 9일 제주도 오라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것.
하루가 지났지만 10일 저녁에도 그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축하 전화와 문자가 줄을 이었다. 이정은은 “휴대폰을 붙잡고 하루를 지낸 것 같아요. 계속 축하 받았죠”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제 투어에서 고참이 됐다. 데뷔 시절에는 선배들을 따라붙었지만, 요즘은 주로 후배들과 경쟁한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정은은 “처음에 투어를 나설 때만 해도 조심스럽게 치려고 했어요. 실수할까봐 그랬죠. 모든 행동도 조심하려고 했어요. 조심조심하며 지냈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요즘 시작하는 후배들은 신체조건도 좋고, 제 또래가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장비도 많이 좋아졌어요. 레슨 받는 환경도 달라져서 골프 자체가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게 되니 좀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죠.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덧붙였다.

파워 측면에서도 변화는 확실했다. 이정은은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선수는 저를 포함해 극소수였어요. 그리고 대회 기간에는 절대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죠. 당시에는 그렇게 하면 대회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인식했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누구를 막론하고, 체력이 우선이라 생각하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죠”라고 말했다.
이정은을 다시 우승으로 이끈 힘도 여기에 있다. 그는 투어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대회 기간에도 거르지 않았다. 규모가 크거나 중요한 대회 때는 아주대학교 스포츠센터 최윤혁 팀장이 함께한다.
이정은은 “저는 체력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실제로 골프 연습시간은 짧게 해요. 대신 클럽을 손에 쥐었을 때는 최대한 집중하면서 고치려는 부분을 파고들죠. 시즌 때는 컨디션만 잘 유지하려고 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그가 무관으로 보낸 기간 동안에도 몸에 투자하며 꾸준히 체력을 키운 건 어렸을 때 당한 부상이 계기가 됐다. 이정은은 “고등학교 때 왼쪽 손목 부상 때문에 수술을 했었어요. 아팠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죠. 선수는 일단 아프지 않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에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체력과 부상방지예요.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월요일마다 꼭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우승 후에도 예외는 없었다. 경기를 하면서 근육이 뭉치게 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근육을 풀어주면서 고르게 강화시키고 있다.
젊은 후배들과 부딪히고 있지만 ‘체력에 대해선 자신있냐’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당연하죠”라는 강한 어조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이정은은 “제가 체력적인 부분에서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말을 할 때도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실제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동계훈련을 떠날 때부터 그의 마음가짐이 달랐다. 신인처럼 더 열심히 하려 했고, 오래된 습관들을 고치려 했다.
“저 역시 다른 선수 못지않게 공격적으로 쳤어요. 무서울 것 없이 쳤죠. 그런데 프로무대에서 계속 뛰다 보니 계속 이래선 안될 것 같더라고요. 공격적으로 하는 건 단기적으로 스코어를 줄일 순 있겠지만 오히려 기복이 심해지기 때문에 미세한 변화를 주면서 더 발전하려고 했어요. 지금도 그런 과정 중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정은의 말 속에 울림이 있었다.
이정은은 이번 주에도 체력훈련을 이어 간다. 다음주 MBN 대회에 참석한 뒤에는 미국 앨러바마에서 열리는 LPGA 투어에 나선다.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그가 꿈꾸는 무대인 만큼, 소홀할 수 없다.
“체력을 잘 유지하면서 미세하게 골프를 다듬어간다면 오랜 기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프로 9년생 이정은의 말속에 근성이 담겼다. 그의 투어 인생은 이제부터 전성기인 듯 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이정은. KLPGA 제공]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