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제주, 홍성욱 기자] “마지막 날 인비 언니와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챔피언 조에서 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지난 7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박인비(KB금융그룹)와 함께 5언더파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친 박채윤이 인터뷰실을 찾아 던진 말이었다. 그 희망은 이틀 후 현실이 됐다. 비록 챔피언조는 아니었지만.
8일 열린 2라운드에서 박채윤은 박인비와 똑 같은 3오버파를 기록하며 나란히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과정은 확연히 달랐다. 박인비가 2라운드에서 올 시즌 첫 트리플보기를 기록하는 등 버디 1개, 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기록하며 3오버파를 적어냈고, 박채윤은 버디 3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홀별 편차가 심했지만 3오버파로 박인비와 이틀 연속 동타를 이뤘다.
결국 두 선수는 9일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편성됐다. 선두 최은우(볼빅)와는 4타차 상황이었다. 박채윤은 “인비 언니와 함께 친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잠도 설쳤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평소에도 1번 홀에서 인사를 정중히 하는데 오늘은 허리를 더 굽혔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박인비도 후배와 반갑게 악수를 하며 선전을 기원했다.
두 사람의 동반 라운드는 첫 홀 보기까진 같았지만 이후 엇갈렸다. 박인비가 2번홀(파4)과 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추격에 나선 반면, 박채윤은 5번홀(파4) 더블보기로 타수를 잃었다. 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반전 계기를 만들었지만, 11번과 12번홀 연속 보기로 공동 30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결국 박인비가 3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치며 최종합계 2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박채윤은 오늘만 4오버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2오버파 공동 26위로 마감했다. 성적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큰 소득이 있었다.
경기 후 박채윤은 “인비 언니와 플레이를 한 건 올해 최고의 행운인 것 같아요. 사실 중간중간에 말을 걸고 싶었는데 방해될 것 같아 한 마디도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끝나고 얘기를 나눴고요. 18번홀을 마치고는 공에 사인도 받았어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박인비도 박채윤에게 “편하게 해도 되”라며 마음을 열었다. 박채윤의 입가가 환해지는 순간이었다.
박채윤은 “인비 언니는 보기를 해도 표정변화가 전혀 없었어요.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표정이 바뀌거든요. ‘세계랭킹 1위는 확실히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직접 경기를 하며 느낀 점을 말했다.
자신의 플레이 때를 제외하곤 박인비의 경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는 박채윤은 “오늘 언니도 경기가 잘된 날은 아니었지만 멘탈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미들퍼터를 보면서도 ‘역시 최고’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올 시즌 남은 12개 대회에 모두 출전할 예정인 박채윤. 그의 꿈은 LPGA 무대에 서는 것이다. 박채윤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인비 언니와 다시 한 조를 이룬다면 언니의 기억에 남은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박인비와 박채윤이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KLPG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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