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배구 V리그
대표팀 맏언니 된 황연주, “이제야 보이는 게 있다”
김다현 | 2015.08.02 07:47

[스포츠타임스=김다현 기자] “명단을 보고 ‘내가 진짜 맏언니인가’ 싶었다.”

오는 22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2015 세계 여자배구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확인한 황연주(현대건설)의 첫 마디다.

라이트 공격수 황연주는 프로 데뷔 후 수없이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번 대표팀은 특별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3년 만에 다는 태극마크이기도 하고, 생애 처음으로 ‘맏언니’로 합류하는 대표팀이기 때문이다.

황연주는 “기분이 이상하다. 지금껏 대표팀에 가면 늘 언니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합류하는 것이라 대표팀에서 같이 뛰던 선수가 (김)연경, (양)효진, (김)희진이 밖에 없다. 가서 적응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전산여고 졸업 후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프로 무대를 밟은 황연주는 어느덧 베테랑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했다.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그냥 다른 사람보다 키가 커서 머릿수 채우기 위해 코트에 들어서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황연주는 “프로에 와서 경기를 뛰는 게 너무 무서웠다.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팀에 방해되고 피해가 될까봐 무서웠다. 감독님께 경기에 나가기 싫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 주기 싫어서 꼼꼼하게 배운 덕분에 더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힘겹게 버틴 세월은 수많은 기록을 훈장으로 남겼다. 황연주는 MVP 그랜드슬램(정규리그, 챔프전, 컵 대회, 올스타전)은 물론이고 득점, 공격 성공률, 서브 에이스 등 각종 공격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연주는 “얼마 전에 내가 리그를 단 한 시즌도 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수술하고 재활하는 동안에도 매 시즌 경기를 치렀다. 그 어떤 기록보다도 꾸준히 뛰었다는 사실이 제일 감사하다. 11시즌을 뛰면서 나도 많이 변한 것 같다”고 했다.

막내에서 맏언니까지 오는 시간 동안 황연주는 배구 실력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성장을 거듭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보이는 게 있다. 어렸을 때는 내 운동하고 내 경기하는 데 바빴다. 욕심도 많았고, 감정 조절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을 보고 많이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황연주는 “주위의 것들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왜 나를 무섭게 가르쳤는지, 후배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등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구할 때도 주위의 것이 보인다. 예전에는 수비에서 실수를 해도 ‘나는 공격수니까’라고 넘어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내 앞에 놓인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오래 하니까 배구 보는 눈도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정확히 인생의 절반을 배구 선수로 살아온 황연주는 이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코트에 들어선다.

그는 “어렸을 때는 남에게 보이는 배구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배구를 하게 됐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내 갈 길을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연주는 “배구를 오래 잘하고 싶다. 일단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하고 싶다. 또한, 이번에 올림픽에 나간다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런던 올림픽 때는 너무 아쉬웠다. 다음 생각 안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가는 길이 후배들이 오는 길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잘 닦아 놔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
사진=황연주, 현대건설]

김다현 기자 kdhlife@thesportstimes.co.kr

 

김다현  kdhlife@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다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