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요즘은 수그러들었지만 한때 ‘엘·롯·기 동맹’이라는 말은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한참 회자됐던 용어다.
프로야구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서울 LG, 부산 롯데, 광주 KIA 등 세 구단이 2001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8년 연속(롯데 4회, LG·KIA 각 2회) 번갈아가며 꼴찌를 하자 애증 관계에 있던 팬들이 만들어낸 합성신조어였다.
‘엘·롯·기 동맹’이라는 용어는 2009시즌부터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IA가 한국시리즈를 재패했고,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가을야구 단골 팀이 됐다. 게다가 그 해부터 꼴찌 자리는 한화가 꿰차며 바닥을 책임졌다.
그러나 ‘엘·롯·기’ 세 팀의 사정은 2010시즌 이후에도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 주로 중하위권에 포진됐다. 꼴찌를 면했을 뿐,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올 시즌도 그렇다. 개막 한 달 즈음인 현재 세 팀은 약속이나 한 듯 10승10패로 사이좋게 공동 4위에 랭크됐다. 손을 꼭 잡은 형극이다.
KIA는 개막과 동시에 6연승을 내달리며 단독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7일부터 NC와 삼성을 만나 5연패를 당하며 벌어놓은 승수를 다 까먹었다. 지난주에도 LG와 넥센을 상대로 4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극장쇼를 펼치는 롯데 불펜 덕분에 주중 시리즈를 2승1패로 가져가며 겨우 반타작을 찍었다. 양현종(3승)과 스틴슨(2승) 등 두 선발이 팀 승리에 기여했다. 마무리 윤석민의 등판기회가 많지 않아 걱정이다. 김주찬도 전열을 이탈했다.
LG는 개막 3연패로 어렵사리 출발했지만 이후 긴 연패와 연승 없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소사와 루카스가 선발 2승씩을 기록하며 중심을 잡아줬고, 임지섭(1승)도 거들고 나섰다. 최근 주춤하지만 타격 공동 1위에 올라있는 정성훈의 초반 페이스가 좋았고, 흔들리는 봉중근 대신 이동현이 마무리에 자리를 잡았다. kt와 트레이드를 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개막 2주차까지는 5승1패로 2위 자리에 있었지만 삼성에 3연패를 당하며 중위권으로 내려왔고, 최근 1승5패로 뚜렷한 하락세다. 무엇보다 불펜이 문제다. 1~2점도 아닌 4점차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레일리-린드블럼-송승준-이상화는 선발승을 기록했지만, 혼신을 다해 던진 심수창은 아직 마수걸이 승리도 기록하지 못했다. 불펜의 방화에 신음하고 있는 롯데다.
과연 이들 세 팀의 올 시즌 앞날은 어떻게 될까. 우선 주말시리즈에서 우열이 서서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LG는 마산으로 건너가 5연패에 빠진 NC를 상대한다.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6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굳건한 선두 삼성을 만난다. KIA는 잠실로 상경해 두산과 만나는 대진이다.
과연 ‘엘·롯·기’ 세 팀 가운데 어느 팀이 상위권으로 치고나갈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세 팀 모두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된 중위권 혼전 속에서 물고 물리며 버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승10패는 괜찮은 성적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양상문·이종운·김기태 세 감독이 비상과 추락 가능성을 모두 가진 팀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궁금해진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양상문·이종운·김기태 감독.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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