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허진우 기자]일본 테니스계가 축제다.
일본 남자테니스 1인자 니시코리 게이(24·세계랭킹 11위)가 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플러싱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코트에서 열린 US오픈 8강전에서 스탄 바브린카(세계랭킹 4위)를 3-2로 이기며 4강에 진출해서다.
니시코리로서는 데뷔 첫 메이저대회 4강. 일본 선수로는 지난 1918년 구마가이 이치야 이후 96년 만의 US오픈 4강이다. US오픈이 메이저대회가 된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선수에게 높아보였던 벽을 넘었다.
니시코리는 테니스 선수치고는 키가 178cm로 크지 않지만 코트를 넓게 쓰고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운동능력이 장점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안정적인 니시코리는 상대 서브를 전위에서 봉쇄하면서 게임을 따내는 브레이크 포인트 전환률이 높다. 상대 서브를 받아낸 이후 끈질긴 수비를 펼쳐 강서브를 구사하는 세계 톱랭커들과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니시코리의 성과는 선수의 재능과 노력뿐 아니라 성장을 도운 일본 테니스의 조직적인 지원과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일본테니스협회는 테니스 스타 마쓰오카 슈조(95년 윔블던 8강)가 98년 은퇴하자 고민에 빠졌다. 마쓰오카가 이뤄놓은 테니스 열풍을 이어갈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다른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기 위해 유망주를 발굴하고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마쓰오카가 기록한 세계랭킹 46위보다 높은 랭킹 선수를 키운다는 의미로 ‘프로젝트45’라 명명됐다.
마쓰오카를 중심으로 매년 ‘슈조 챌린저’라는 테니스캠프를 열어 유망주들에게 꿈을 불어넣어주는 한편 주니어 대회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당시 협회장이었던 모리타 마사아키는 형인 소니의 창립자 모리타 아키오 회장과 함께 99년 모리타테니스펀드를 조성해 매년 14세 이하 주니어 유망주를 미국 유명 테니스아카데미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 선두주자가 바로 니시코리다. 니시코리는 12세에 ‘슈조 챌린저’에서 꿈을 키웠고, 13세에는 모리타테니스펀드의 지원을 받아 미국 IMG 닉 볼릭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테니스 유학을 할 수 있었다. IMG 닉 볼릭 테니스 아카데미는 피트 샘프라스, 안드레 애거시, 마리아 샤라포바 등 유명 선수들이 거쳐간 명문 테니스 아카데미다. 니시코리의 성과는 일본 테니스계의 유망주 육성 15년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한국도 한솔그룹이 테니스 유망주에 장학금을 주고, 삼성증권도 테니스 유망주 육성을 후원하는 등 매년 수억에서 수십억씩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테니스 스타 이형택도 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재단을 설립해 유망주에게 장학금과 훈련을 지원하지만 일본에 비해 많은 부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형택은 “일본은 투어대회, 챌린저대회, 퓨처스대회, 서킷대회 등 각종 대회가 전국적으로 열린다. 반면 한국은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KAL컵이 없어지는 등 대회도 수도 점점 줄고 있다. 주니어 테니스 선수들이 훈련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데 쉽지 않다. 집중적으로 엘리트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계적인 훈련으로 상대의 강서브를 이겨낼 수 있게 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세계를 노릴 수 있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니시코리 게이(가운데)가 모리타테니스펀드 지원을 받고 훈련하는 테니스 유망주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thesportstimes.co.kr
[사진=Gabe Jaramill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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