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배구 V리그
은퇴 이숙자 위원, 후보 선수들에게 희망 메시지
홍성욱 | 2015.01.04 11:14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저는 6년 동안 코트를 밟아 보지도 못했어요.”

 

3일 고향과 같은 평택이충문화센터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가진 이숙자 KBSN 해설위원의 한 마디다.

 

선수시절을 멋지게 마감한 이숙자 위원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보다 그림자처럼 뒤편에 힘들게 서있는 선수들이 눈에 밟혔다. 자신도 그런 시절을 오랫동안 겪었기 때문이다.

 

“이제 서른여섯이 됐네요. 제 인생의 배구는 전부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기뻤던 순간도 많았지만 힘든 시간도 길었어요”라며 지금은 추억이 된 그 때를 떠올렸다.

 

이천에서 나고 자난 이숙자는 배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 평택으로 넘어왔다. 제2의 고향이 된 것. 그 때부터 유스대표팀과 주니어대표팀에서 주목 받는 선수였고, 현대건설과 일찌감치 계약을 하면서 주전까지 보장 받았었다. 그러나 IMF사태가 터지며 그 여파는 배구판까지 몰아쳤다. SKC에서 유화석 감독과 강혜미 세터가 합류했다.

 

“계약금을 받고 팀에 들어왔는데 혜미 언니가 (장)소연 언니, (구)민정 언니와 함께 오셨어요. 혜미 언니는 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세터였지요. 그로부터 6년 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니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에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이 위원은 “그 때 정말 그만두려고 했고요 짐을 싸기도 했지만, 어렵사리 마음을 잡고 돌아왔어요. 당시 매일 일기를 썼는데요. 지금 보니 ‘죽고 싶다’라는 문구도 있더라고요. ‘내가 청소하러 여기 들어왔는지, 아니면 배구하러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라는 문구도 보였어요.”

 

암울했던 긴 시간을 이겨낸 건 ‘인내’와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산 덕분이었다. 참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더니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너무 급작스러웠다.

 

“언니들이 갑자기 확 나가셨어요. 그리고 제가 경기에 나서게 됐습니다. 6년을 쉬었으니 감각이 하나도 없는데 막막했지요. 경기에 지면 저 때문에 진 것 같고. 너무 힘들어서 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몰려왔어요”라며 또다시 찾아온 위기를 설명했다.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라고 생각한 이숙자는 “홍성진 선생님이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하셔서 다음 해부터 감각을 조금씩 되찾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시기는 암울했지만 이숙자의 인생에서는 소중한 경험이다. 바닥을 치고 올라왔기에 살면서 버티고 올라갈 힘을 얻었다. 팀의 맏언니가 됐을 때도 주전이 아닌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을 이해하며 다독일 수 있었다.

 

“후배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2년차 선수들은 게임 뛰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그 시기엔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웃긴 거죠. 저는 6년 동안 코트에 들어가지도 못했거든요.”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냈다.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의 시간은 오기 마련이니까요. 내 몫은 분명 있더라고요. 요즘은 수비 선수도 따로 있고, 서브를 넣는 선수도 있죠. 그런 선수의 역할도 참으로 중요합니다”라며 이 위원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은 덜 힘들어서 일기도 잘 쓰지 않는 다는 이숙자 위원. 연단의 시간을 딛고 일어나 팀의 극적인 우승과 올림픽 무대까지 밟으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했고 지금은 해설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6월에는 출산까지 앞두고 있다.

 

이 위원은 “사랑스런 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따솜이’라고 직접 태명을 지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한참 입덧이 심해 힘들 때마다 5세트까지 경기가 이어져 KBSN에서 ‘풀셋’이라고 태명을 지어주기도 했어요”라고 웃는다.

 

그는 “딸이라면 운동은 시키고 싶지 않아요. 제가 살지 못한 여성스러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출산 후 선수 복귀 계획을 묻는 질문에 “복귀요?(웃음) 순발력이 떨어져서 힘들어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선수생활이 마감이 됐다는 느낌입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은퇴식에서 부모님과 기념촬영한 이숙자 위원. GS제공]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욱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