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배구 V리그
[인터뷰] 불혹에 다시 피는 꽃…장소연의 끝없는 도전
홍성욱 기자 | 2014.12.29 04:25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40에 이르면 ‘세상일에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고 했다. 불혹(不惑)에 접어들었다는 바로 그 비유다. 마치 은퇴와 복귀를 수차례 반복했던 장소연(한국도로공사)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87년에 배구를 시작했으니 벌써 28년째 코트를 누비고 있는 장소연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영광과 좌절의 산을 넘어온 그를 만나기 위해 눈이 조곤조곤 내리던 날 성남시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도로공사 체육관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다. 

- 최근 3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끝나고 나면 많이 힘들 것 같다.

“이기고 나니 힘들지 않더라(웃음). 다친 곳도 아프지 않았다. 세 번 모두 이겨서 다 그랬다. 서남원 감독님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시간 조정을 잘 해주신다. 덕을 보고 있다.”

- 복귀 시점이 앞당겨졌다고 들었다. 

“시즌 전까지 계속 재활을 하고 있었다. 7개월째로 접어드니 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몸도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았다. 계속 아팠다. 감독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계속 잡으셨다. 어렵사리 마음을 잡고 다시 운동을 하던 중에 정대영 선수가 부상을 당해 일찍 코트에 나섰다.”

- 막상 선발출전이라니 떨리지는 않던가.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나도 잘하고 싶고, 욕심이란 게 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아니다. 나로 인해 코트에 있는 나머지 5명이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 세 경기 모두 결과와 과정이 좋았다. 

“인삼공사전이 끝나고 나서는 솔직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현대건설전을 앞두고는 두려웠다. 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대개 그런 마음이 들면 경기를 그르칠 때가 많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언제 주전이었어. 그냥 편하게 해’라고.”(웃음) 

- 현대건설전과 GS칼텍스전에서도 활약이 돋보였다. 

“(생각에 잠기더니)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 동안 해왔던 재활이 쓸데없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그러면서 새삼 나에 대한 용기가 솟아났다. 요즘은 힘들었던 재활기간에 대한 고마움까지 느끼고 있다.”

- 명품속공은 여전히 빨랐다. 전성기 때와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웃으며 손사래를 치더니)과찬이다.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이효희 세터 덕분이다. 아무리 내가 빨리 움직여도 세터의 뒷받침이 안되면 할 수 없는 게 속공 아닌가. 효희가 속공은 제일 잘 올려주는 것 같다.”

- 이효희 세터와는 맞춰볼 시간도 별로 없었을 것 같다. 눈빛으로 통했나.

“맞춘 시간은 짧았다. 효희가 아시안게임 끝나고 합류가 늦었다. 더구나 난 재활중이었고, 주전도 아니었다. 주전들이 맞춰볼 때 끼는 건 꺼림칙했다. 그 때 효희가 ‘언니 들어와서 맞춰요’라고 불러줬다. 효희의 특별배려였다. 덕분에 맞춰 본 것이 경기 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블로킹포인트와 공격성공 중에 어떨 때 더 기쁜가. 

“아무래도 블로킹으로 잡았을 때가 더 기분이 좋다. 그런데 막상 블로킹을 해보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다. 공이 어디로 올라와 어디로 향할지는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점프 때도 체공력이 줄어든 걸 느낀다. 그래서 요즘 내 몸을 이용해 상대를 잡는 법을 다시 개발하고 있다.”

- 부상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컨디션은 100을 기준으로 얼마쯤인가. 

“숫자로 표현하면 70 정도다. 다치기 전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몸 상태가 좋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배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 작년에는 블로킹 위주였다면 올해는 속공도 늘어났다.”



 

- 배구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 

“선경인더스트리에 있었을 때다. 98년에 팀이 해체되면서 현대로 간 뒤 5연패를 했지만 선경 시절에 호남정유(현 GS칼텍스)의 9연패를 막아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96년으로 기억한다.”

- 반대로 가장 힘든 시기도 있었을 텐데. 

“올 1월 흥국생명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쳐 수술한 것이 가장 큰 부상이었지만 그것보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게 선명하게 남아있다. 인삼공사에서 우승을 하고 마음의 준비 없이 나오게 됐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 선수로 돌아와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선수를 언제까지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웃음). 내가 하고 싶어도 감독님이 기용해 주셔야 하니까. 또한 경기에 나가면 책임감 있게 해야한다. 일단 올 시즌을 우승으로 마치고 싶다. 언제든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

- 우승목표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후배들을 다독이고, 사기를 높여주면서 우승을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어제 사이클을 타는 데 옆에 있던 (정)대영이가 ‘언니 대단해요. 제가 열심히 해야 되는 이유를 알았어요’라고 하더라. 효희, 대영이, 해란이 그리고 후배들과 함께 우승한다면 최고의 정말 최고의 순간일 것 같다.”

성남=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장소연. 도로공사 제공, 홍성욱 기자]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