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4번 타자와 대한민국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이대호는 2012시즌부터 일본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겼다. 오릭스에서 2년 연속 24홈런과 91타점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타점왕과 베스트나인에 뽑힌 이대호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올 시즌을 앞두고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다.
분석과 세밀로 축약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대호. 그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인들의 시각을 파헤쳤다. <편집자주>
소프트뱅크 후지모토 히로시 코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 홍성욱 |
이대호는 위압감을 주는 중장거리포
이대호의 소속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후지모토 히로시(51) 타격코치는 이대호를 이렇게 정리했다. 위압감을 주는 중장거리포.
상대팀 입장에서 살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고 했다. 후지모토 코치는 "내야안타가 전혀 없는데도 3할을 치는 타자가 있다면 그 선수는 항상 안타를 칠 수 있는 선수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런 선수가 장타를 때려낼 파워와 더불어 유연성까지 갖췄다면 상대는 엄청난 위압감을 느낄 것인데, 바로 그 선수가 이대호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이대호는 현재 타율 3할2리를 기록중이다. 리그에 6명밖에 되지 않는 3할 타자다. 여기에다 최다안타와 홈런 부문에서도 상위에 랭크되며 중장거리포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후지모토 코치는 "이대호는 일본에 왔던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과 다르다. 그들은 신체의 일부를 이용한 홈런에 치중했다. 예를 들어 상체만 이용한다던지 아니면 퍼올리는 스윙을 하는 유형이었다. 반면 이대호는 단타를 칠 수 있고, 방향성도 고르기 때문에 타격에 있어서는 확실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후지모토 히로시 코치가 타격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 = 홍성욱 |
팀 타선을 끌고 가는 4번의 존재감
후지모토 코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타자가 4번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지난 해 마땅한 4번이 없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상하게도 타격이 좋은 선수들이 4번 타순에 들어가기만 하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부진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확실한 4번 타자 이대호가 있다. 훌륭한 선수들이 즐비한 소프트뱅크에서 4번에 고정된 것은 대단한 것이다. 나는 올 해 이대호가 우리 팀 4번에 있는 것이 놀랍고도 좋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대호가 4번에 고정되면서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후지모토 코치는 "3번과 5번이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고, 영향력은 6번과 7번 타순까지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대호는 올 시즌 현재까지 팀이 치른 81경기에 모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개막 때 자기 타순을 지킨 팀 내 유일한 선수다. 동료들의 크고 작은 부상과 부진, 그리고 교류전 변수 등이 생기면서 타순 변화가 자주 있었지만 4번만큼은 시즌 개막일부터 이대호로 요지부동이었다.
만일 이대호가 없었다면 소프트뱅크 타선은 올 시즌 상당한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호가 4번 붙박이로 팀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안정감과 동시에 무게감까지 더해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 후지모토 히로시 코치가 타격훈련중인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 홍성욱 |
내가 바라는 건 타점왕, 몸쪽과 변화구 공략해야
후지모토 코치가 이대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타점왕’이었다. 그는 "타격코치로서 이대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우리 팀을 1위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개인 기록으로 보자면 30홈런보다 타점왕에 올라가는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지금보다 많은 타점을 양산하기 위한 조언을 물었다. 답은 두 가지였다. 몸쪽 공과 변화구 공략이었다.
후지모토 코치는 "캠프 때부터 계속 몸쪽 공에 대비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대호는 왼쪽 다리를 조금 굽혀서 타격 자세를 취한다. 이 때 오른쪽 다리를 약간 비틀어서 서는데, 몸쪽 공을 잘 당겨 치면서도 바깥쪽도 잘 밀어 친다. 능숙하다. 그런 만큼 몸쪽 공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투수들은 이대호와 정면승부를 꺼린다. 특히 이대호가 직구에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직구로 덤벼오지 않는다. 직구는 보여주는 용도다. 결국 승부공은 변화구다, 모든 투수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후지모토 코치는 이대호가 직구 공략에 자신감을 가진 만큼, 변화구 대처에 포인트를 가져가면 시즌 막판에 훨씬 좋은 성적표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약했던 몸쪽 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효과적인 해답이 될 것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후지모토 코치는 "이대호는 능력을 가진 선수다. 상태가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만 언제든 자기 힘을 발휘해줄 수 있는 좋은 타자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철저한 자기관리 속에 4번 타순을 지키며 팀의 선두 유지를 이끌고 있는 중심타자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후지모토 히로시는?
1963년생인 후지모토 히로시 코치는 1982년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에 입단하며 프로무대에 데뷔했고, 현역시절의 마지막은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유도를 해 단단한 체구를 가진 후지모토 코치는 입단 당시부터 팀의 4번 재목으로 주목받았으나 현역 통산 105 홈런을 기록하며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통산 타율 2할 3푼 5리를 남겼고, 현역 시절 사이클링히트도 기록했다.
은퇴 후 TV해설자로 오랜 기간 활약한 후지모토 코치는 후쿠오카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이 지역 출신 연예인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2011시즌부터 소프트뱅크 2군 타격코치로 선임돼 숙원했던 자리로 돌아왔고, 2013시즌부터 1군 타격코치를 맡고 있다. 아키야마 코지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코치들과 90년대 다이에 호크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로 끈끈함을 자랑한다.
▲ 지금 이대호는?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7월 13일 현재 47승 31패 3무로 퍼시픽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3할 2리(318타수 96안타)와 12홈런 3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타율 6위, 최다안타 4위, 홈런 8위, 타점 11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대호는 7월 2일 지바롯데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7회말 비거리 125미터 짜리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6-1 승리에 기여했다. 3일 뒤인 5일 라쿠텐 전에서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대호는 11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원정경기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12-2 승리에 공헌했다.
이대호는 14일부터 지바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가진 뒤, 18일부터 이틀 동안 세이부돔과 고시엔구장에서 펼쳐지는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 이대호의 사랑의 쌀 나눔
이대호는 이번 시즌 들어 홈런을 터뜨릴 때마다 비거리(미터)를 무게(킬로그램)로 바꿔 소외가정 아동에게 쌀을 기부하는 사랑의 쌀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평소에도 비시즌에 연탄배달을 하는 등 참여하는 기부를 이어왔던 이대호는 시즌 중에도 기부프로그램을 이어가고자 사랑의 쌀 나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캠페인은 네티즌도 동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대호는 참여 네티즌들을 위해 매월 친필 사인이 담긴 방망이와 사인공을 선물로 내놓았다.
후쿠오카 = 홍성욱 기자 pzkej@naver.com
홍성욱 pzk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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