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세밀로 축약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대호. 그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인들의 시각을 파헤쳤다. <편집자주>
세키카와 고이치 코치가 한신고시엔 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홍성욱 |
이대호는 늘 변화하며 적응하는 선수
일본 야구의 심장인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구장. 일본 관서(?西)지방을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 구단인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동시에 여름마다 일본 전역이 들썩거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고시엔 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삼성의 끝판왕에서 한신의 수호신으로 변신한 오승환의 돌직구를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구장이기도 하다.
4만7천석 규모를 자랑하는 고시엔구장 백스크린 앞쪽에서 돌부처 오승환이 무표정하게 몸을 푸는 사이, 홈플레이트 부근에서는 타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타격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한신의 타격을 책임지고 있는 세키카와 고이치(45) 타격코치다.
2010년 SK와이번스에서 타격코치를 지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던 그가 활짝 웃는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첫 질문은 한국에서도 봤던 이대호를 일본 무대에서 다시 본 느낌에 대해서였다.
세키카와 코치는 "한국에 있을 때 롯데 소속의 이대호 선수는 한국 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을 굉장히 잘 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SK 코치였던 당시 그에게 이대호는 직구에 대한 확실한 해법을 가진 선수로 기억되고 있었다.
이어 "이대호는 지금 일본에서 3년째인데 일본 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호를 볼 때마다 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한국에서의 활약을 일본무대로 옮겨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노력이 동반된 변화가 원인이고, 이것이 적응력으로까지 연결됐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잘했다고 일본에서도 잘하라는 법은 없다. 아마야구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이 모여 프로야구를 이루지만, 성공하는 선수와 실패하는 선수로 나뉘는 것은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변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난다는 것. 하물며 다른 나라 야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야구 내외적으로의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대호가 일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변화에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이대호는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변화구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고, 상대 투수별로 스타일 연구를 많이 했다. 또한 첫 소속팀 오릭스나 지금 소속팀 소프트뱅크 동료들과 가족처럼 어울리며 지내는 것도 이대호의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다.
덧붙여 세키카와 코치는 "이대호는 강하고 유연하다. 특히 파워 면에서 놀라운 타자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오른쪽 방향과 왼쪽 방향으로 다양하게 타구를 뻗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유연성과 스프레이 타법에 대한 칭찬이었다.
세키카와 코치가 도리타니 다카시의 타격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 홍성욱
한국 야구의 파워와 스피드는 일본에 뒤지지 않아
세키카와 코치는 특히 이대호의 파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연성 속에 내재된 파워라는 측면을 더욱 강조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선수와 코치를 했던 그가 한국에서도 코치를 역임했기에 확실한 경험에서 나온 신뢰감 있는 대답이었다.
시계추를 2010시즌 한국 무대로 되돌렸다. 당시 접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다. 답은 명료했다. "타자는 이대호, 투수는 류현진, 우리 SK팀에서는 김광현. 이렇게 3명이다"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세키카와 코치는 "타자에서는 이대호, 투수에서는 류현진이 제일 훌륭한 선수였다. 이대호와 류현진의 모습에 놀랐었다. 둘은 정말 훌륭한 선수였다"라고 말했다. 현재 두 선수는 모두 해외야구에서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당시 세키카와 코치의 눈에 각인된 두 선수는 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2010시즌 SK 야구에 대한 그의 견해였다. 자부심이 넘쳤다. 세키카와 코치는 "당시 SK 야구는 일본 정상급 수준의 야구였다.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타자들의 파워와 투수들의 스피드였다. 이 부분은 일본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공백기 없이 한국과 일본 야구를 오가며 접한 노련한 코치의 답변이었다.
그는 한국 야구인들과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주니치에서 함께 뛴 이상훈(고양원더스 코치)과 친분이 두터워 자주 연락하고 있었고, 한솥밥을 먹었던 이종범(한화 이글스 코치)과도 안부를 묻는 사이였다. 여러 현역 선수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하고 있었다.
또 삼성의 세리자와 유지 등 현재 한국에서 생활하는 일본인 코치들과도 소통하고 있고, 한국에서 코치를 맡았다가 일본에 돌아온 사람들과도 교류가 있다고 전했다.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골라 때려내야 한다
그의 타격지론을 물었다. 스트라이크를 골라서 치는 것과 볼이라도 자신 있다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에 대한 견해가 궁금했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치는 것이 우선이다. 볼을 공략하는 것은 능력이 뛰어나야 승부가 가능하다. 볼은 아주 잘 쳐도 좋은 타구가 나오기 어렵다. 스트라이크를 잘 치는 타자가 결국은 볼도 공략할 수 있다"고 했다.
선구안이 타자의 성공요인이라는 것이다. 스트라이크만 골라 칠 줄 알아도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볼을 공략하는 것은 축적된 경험 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언급이기도 했다.
투수와의 승부에 있어 타자는 볼을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 수 있을뿐더러 스트라이크가 다음 공에 들어올 확률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볼을 공략하는 것보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을 구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였다.
▲ 세키카와 고이치 코치는?
1969년생인 세키카와 고이치 코치는 1991년 한신에 지명돼 프로에 데뷔한 뒤 주니치와 라쿠텐을 거치며 17시즌 동안 활약했다. 데뷔 시절에는 포수였으나 이후 외야수로 주로 나섰다. 통산 1408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2할8푼6리를 남겼다.
그의 야구인생은 두 스승(호시노 센이치, 와다 유타카)과 관련이 깊다. 1999년 주니치 시절 센트럴리그 우승 뒤 인터뷰에서 "호시노감독을 웃게 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시노 감독은 그를 주니치와 라쿠텐에서 주전으로 기용했고, 지난해까지 라쿠텐의 외야수비 및 주루코치로 신뢰했다.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의 요청에 따라 올 시즌을 앞두고 한신 타격 코치로 부임한 세키카와 코치는 현재 현역 시절 가장 큰 신세를 진 스승을 보좌하며 야구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90년대 후반 주니치 시절에 선동열, 이상훈, 이종범과 한솥밥을 먹었고, 요미우리 소속이던 조성민과도 대결했다. 2009년 11월에 김성근 감독의 요청으로 SK와이번스 타격코치를 맡아 2010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4전 전승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 지금 이대호는?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6월 30일 현재 40승 26패 3무로 퍼시픽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호는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3할1푼7리(271타수 86안타)와 11홈런 3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타율 4위, 최다안타 2위, 홈런 6위, 타점 7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6월 19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교류전 두 번째 타석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터뜨린 이대호는 일본 진출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에 성공했다. 동시에 롯데 시절인 2004년부터 시작된 1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행진도 이어가게 됐다.
이대호는 20일 야쿠르트 전에서 6타수 4안타로 맹타를 뿜어냈고, 21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교류전에서 4회초 상대 투수 스가노를 두들겨 선제 솔로홈런(130미터)을 터뜨렸다. 이 점수는 결승점이 됐다.
이대호는 29일 세이부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원정 경기에서 5타수 3안타로 팀 승리에 기여했고, 19일 야쿠르트전부터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니시노미야 = 홍성욱 기자 pzkej@naver.com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