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드래곤스 2군 투수 코치, 사토 히데키 (사진 = 홍성욱)
몸집이 커서 힘들지 싶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중심부 남쪽에 자리잡은 나고야 베이스볼 스타디움.
주니치 드래곤스 2군이 훈련과 경기를 치르는 거점이다. 한 때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44·한화 코치)과 적토마 이병규(40·LG)가 마음 고생을 하며 잠시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LG 출신인 서용빈(43) 타격코치가 이 곳에 머물고 있다.
변두리의 적막함을 깨우는 경쾌한 타구음이 메아리치는 훈련장에서 사토 히데키(44) 코치를 만났다. 그는 현재 2군에서 투수코치로 있지만 지난해까지 1군에서 전력분석(일본에서는 스코어러라 부른다)을 맡았었고, 세밀한 분석가로 인정받았기에 그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대호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지체 없이 이대호를 처음 봤을 때 느낌부터 물었다. 사토 코치는 "몸집이 커서 잘 안될 것으로 봤다. 힘들지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이대호 선수가 한국에서 슈퍼스타였다고 들었다. 하지만 일본의 다양한 변화구와 빠른 볼에 과연 견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일본 야구의 최대강점을 사토 코치는 투수들의 제구력으로 꼽았다. 따라서 몸집이 큰 이대호가 구석을 찌르는 제구와 빠른 구속에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던 것이다.
유연함 속에서 본 한국의 힘
이대호는 일본에서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대호는 어떠한지 물었다.
사토 코치는 "이대호의 경기를 계속 지켜보면서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다르게 유연하다는 점이 눈에 쏙 들어왔다. 스윙이 정말 부드러웠다. 솔직히 스윙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결국 부드러운 스윙은 모든 공에 방망이를 맞힐 수 있는 결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깊이 있는 분석도 이어졌다. "이대호는 자신만의 스윙이 있다. 이것이 포인트다. 직구는 확실하게 때려낼 수 있다고 일찌감치 감지했다. 문제는 변화구였다. 떨어지는 변화구가 오거나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이 오는 경우가 관건이었다. 변화구가 올 때의 반응을 유심히 봤는데 이대호는 자신만의 스윙으로 대처했다. 당겨치거나 밀어치는 능력을 보여줬다."
표정 변화 없이 모션을 취해가며 인터뷰에 응하던 사토 코치는 "솔직히 이런 타입의 선수는 일본에도 별로 없다. 이대호를 세밀히 관찰하면서 야구 머리가 놀라울 정도로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다. 또 하나 이대호는 벤치에 앉아 일본 투수들을 분석하고 공부한 티가 났다"고 말했다. 이유 있는 칭찬이었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중 톱클래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대호를 보면서 한국 선수의 힘을 봤다."
이대호의 타격에 대한 사토 코치의 결론이다.
수비로 주제를 옮겼더니 사토 코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대호는 평소에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교류전이나 일본시리즈에서 수비에 나설 상황이 된다면 이런 부분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명타자에 익숙해진 몸이 수비수를 겸업하게 됐을 때 똑 같은 타구의 대응에 있어 수비를 계속한 선수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였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는 스타일의 차이
지명타자 얘기가 나온 김에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수준 차이에 대해 듣고 싶었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교류전에서 퍼시픽리그는 2009년을 제외하곤 해마다 센트럴리그를 압도하는 성적을 냈다. 교류전 우승도 2012시즌 요미우리를 빼면 항상 퍼시픽리그 팀의 차지였다. 이쯤 되면 퍼시픽리그가 우위라는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이에 대해 사토 코치는 "실력차이라기 보다는 스타일의 차이다"라고 정리했다. 그는 "두 리그의 야구 스타일은 다르다. 센트럴은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지만, 퍼시픽은 지명타자가 들어선다. 타자 중 가장 잘 치는 선수가 타석에 선다는 얘기다. 따라서 퍼시픽은 1번부터 9번까지 잘 짜여진 타선이지만 센트럴은 아웃카운트 하나는 그냥 계산된다고 봐야 한다"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어 "퍼시픽리그 출신인 다르빗슈 유(28·텍사스 레인저스)나 다나카 마사히로(26·뉴욕 양키스)가 일본무대를 휩쓸었던 이유 중 하나는 타석에 신경 쓰지 않고 투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오히려 센트럴리그 투수들이 할 일이 조금 더 많다. 이런 부분이 실력차이로 비춰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0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난 사토 히데키 코치는 사회인야구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활약하다 1992년 드래프트 1순위로 주니치에 입단했고, 2년 뒤인 1994년 주니치의 우승에 공헌했다. 그 해 사토 코치는 22경기에 선발로 나와 7승9패(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고, 5경기에서 완투쇼를 펼치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2005년 대만프로야구에 진출했던 사토 코치는 현역 은퇴 후 주니치, 히로시마, 한신, 요코하마 등여러 구단에서 전력분석요원으로 일했고, 2014년부터 주니치의 투수코치를 맡고 있다.
그는 타팀 전력분석을 역임한 이력을 바탕으로 주니치의 팀 컬러에 맞는 젊은 투수들을 불러모았고, 오치아이 단장의 신임 하에 투수 17명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그에게 내려진 특명은 1군에서 뛸 선발투수를 키워내는 것이다.
▲ 지금 이대호는?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6월 15일 현재 36승 23패 3무로 퍼시픽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3할3리(241타수 73안타)와 9홈런 3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타율 6위.
6월4일 요미우리와의 교류전 첫 타석에서 시즌 9호포(2점)를 터뜨린 이대호는 6일 히로시마와의 원정 경기에서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3할대 타율에 재진입했다.
이틀 뒤인 8일 이대호는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원정경기에서 2루타 2개를 포함한 5타석 4타수 4안타 맹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9일 한신전에서는 첫 타석 중전안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6일과 7일 히로시마전에 이은 3경기 연속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대호는 12일 주니치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 지난달 23일 한신과의 홈경기부터 이어가던 15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마감했다. 이후 15일 요코하마전까지 3경기째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며 소강상태다. 이대호는 17일부터 야쿠르트, 요미우리, 세이부까지 도쿄와 인근 사이타마로 이어지는 긴 원정길에 올라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나고야(일본) = 홍성욱 기자 pzk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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