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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회고③] ‘봄 배구’와 ‘아쉬움’이 공존했던 흥국생명
홍성욱 기자 | 2016.04.05 07:05
흥국생명 선수들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 (C)흥국생명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2015-2016 NH농협 V리그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이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IBK기업은행은 정규시즌 우승 이후 주공격수의 잇단 부상에 통합우승 문턱에서 발목이 잡혔다. 3위 흥국생명은 ‘5년 만의 봄 배구’라는 수확을 일궜다. 4위 GS칼텍스와 5위 한국도로공사는 마지막 6라운드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지만 한 발 늦은 스퍼트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KGC인삼공사는 리빌딩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던 시즌이었다.

스포츠타임스는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는 ‘구단회고’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미 비시즌이 시작됐고, 구단들은 저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지만 적막한 코트에 남아있는 여운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편집자 주>

▲ 조송화 부재로 시작한 개막전

2015년 10월 11일 V리그 여자부 경기가 시작됐다. 테이프를 끊은 팀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었다. 홈팀 흥국생명은 주전 세터 조송화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연습생 출신 김도희가 선발로 경기에 나섰고, 4세트부터는 이수정 플레잉코치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결과는 흥국생명의 3-2 승리. 극적인 승리에 박미희 감독과 선수들이 눈물을 보였다. 이재영의 32득점과 테일러의 27득점은 단연 돋보였다.

흥국생명은 사흘 뒤인 14일 대전 원정길에서 143분 혈투 끝에 KGC인삼공사에 3-2 승리를 거뒀다. 2연속 풀세트 승리는 시즌을 치르는 자양분이 됐다. 이후 IBK기업은행에 0-3 완패를 당했지만 다음 경기인 GS칼텍스전에서 조송화가 복귀하며 3-0 승리로 웃음을 되찾았고, 김천 원정길에서 도로공사와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1라운드를 4승 1패 2위로 마쳤다.

조송화. (C)흥국생명

11월 5일 흥국생명은 수원 원정길에서 2라운드를 시작했다. 상대는 개막전에서 만났던 선두 현대건설이었다. 이번에도 치열한 승부였지만 흥국생명이 3-2로 다시 한 번 승리했다. 3연승을 내달린 흥국생명은 선두로 치고나가진 못했지만 승점 1점차로 현대건설을 압박했다.

이후 흥국생명은 기업은행(0-3)과 GS칼텍스(2-3)에 패하며 주춤했다. 지난 시즌 1라운드 4승 1패 선두 이후 2라운드부터 내리막을 탄 기억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2015-2016 시즌은 달랐다. 11월 23일 인삼공사전 3-1 승리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26일 도로공사를 3-0으로 일축하며 7승 3패 승점 18점으로 2위에 복귀했다. 2라운드도 성공적이었다.

▲ 이재영과 테일러 부상, 3라운드에 찾아온 위기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서도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6일 만에 다시 만난 도로공사에 3-0 승리를 거두며 휘파람을 불었고, 12월 7일 인삼공사전에서도 3-1 승리로 4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재영이 3세트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팀 전력의 중심인 이재영이 전력에서 잠시 이탈한 사이 흥국생명은 12월 13일 IBK기업은행에 1-3으로 패하며 연승 행진을 멈춰섰다. 17일에는 현대건설에 0-3 완패를 당했다. 이재영이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테일러가 훈련 도중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다. 두 선수가 함께 뛴 21일 GS칼텍스전은 난타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3연패에 빠진 흥국생명은 전반부를 9승 6패(승점 25점) 3위로 마쳤다.

이재영. (C)흥국생명

▲ 풀스쿼드로 다시 치고나간 4라운드

올스타전을 마치고 후반부가 시작됐다. 흥국생명은 GS칼텍스와 리턴매치를 펼쳤다. 이번에도 풀세트 접전이 펼쳐졌다. 지난 경기와 다른 점은 흥국생명이 위너였다는 것. 이재영(33점)과 테일러(31점)가 동반 활약하자 팀은 제자리를 찾았다. 라이트 정시영에 이어 센터 김수지와 김혜진이 빠른 공격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세터 조송화도 코트를 지켰다.

흥국생명은 12월 31일 현대건설전에서 1시간 23분 만에 3-0 승리를 거두며 환호했다. 4연승을 내달리던 강력한 선두 현대건설을 무너뜨린 이 승리로 흥국생명은 2위로 다시 올라섰다.

1월 3일 KGC인삼공사전에서 고전 끝에 3-2 승리를 거둔 흥국생명은 1월 16일 김천 원정길에서 두 차례 듀스 접전 끝에 도로공사에 3-0 승리를 거뒀다.

시즌 분수령이 된 4라운드를 4승 1패로 마친 흥국생명은 13승 7패(승점 35점)로 3위를 굳건히했다. 봄배구를 향한 순항을 이어간 원인은 부상으로 결장했던 이재영과 테일러의 동반 활약 덕분이었다.

테일러와 이재영. (C)흥국생명

▲ 테일러 부상 악재에 격랑 속으로

흥국생명의 시즌 1차 목표는 ‘봄 배구’였다. 3위 안에 들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암울했던 지난 5년간의 상처를 씻어내며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마지막 두 라운드가 중요했다. 하지만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1월 19일 상대전적 2승 2패로 팽팽했던 GS칼텍스에 0-3 완패를 당했다. 매 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상대 캣벨과 표승주의 맹활약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어 25일에는 이번 시즌 들어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한 상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아쉬운 2-3 패를 기록했다. 가능성은 보였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2연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27일 현대건설과 맞붙었다. 하지만 테일러가 족저근막염으로 결장했다. 결과는 1-3패. 테일러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양쪽 날개 중 하나가 꺾이면서 이재영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31일 도로공사에 0-3 완패를 당하며 흥국생명은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즈음 흥국생명은 외국인선수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흥국생명은 2월 3일 인삼공사전에서 3-2로 승리, 5라운드 전패 위기를 겨우 빠져나왔다. 테일러가 없었지만 상대도 헤일리가 어깨부상으로 빠지며 국내 선수끼리 대결을 펼쳤다. 이재영(25점)과 맏언니 김수지(21점)의 의지가 팀을 수렁에서 건졌다.

▲ 극적인 3위, 벼랑 끝에서 날다

흥국생명이 5라운드에서 1승 4패로 주춤한 사이, 3위 싸움은 도로공사와 GS칼텍스까지 끼어들면서 삼파전 양상으로 흘렀다. 3위 흥국생명(승점 38점)과 4위 도로공사(36점), 5위 GS칼텍스(36점) 모두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러야 하는 극한 상황이었다.

2월 14일 흥국생명은 6라운드 첫 경기인 IBK기업은행전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상대 김희진이 손가락 골절로 빠진 상황이었고, 새로 온 용병 알렉시스 올가드가 13점을 기록하며 힘이 됐다.

하지만 20일 흥국생명은 최하위 KGC인삼공사에 0-3으로 무너졌다.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 나흘 뒤인 24일. 흥국생명은 최대고비인 GS칼텍스전을 치렀다. 3위를 어렵사리 지키고 있던 흥국생명은 3연승으로 4위까지 진격한 GS칼텍스와 승점 2점차였다. 더구나 시즌 전적 2승 3패로 열세였기에 부담감은 더욱 커져있었다. 패한다면 3위를 빼앗기는 절체절명의 순간 선수들은 집중력은 대단했다. 저력을 발휘하며 3-1 승리를 거머쥐었다. 신연경이 선발로 나서 공수 맹활약을 펼친 것이 큰 힘이 됐다.

한숨을 돌린 흥국생명은 29일 도로공사에 3-2 승리를 거두며 3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상대 시크라의 결장에도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승점 2점을 보태며 상경길에 올랐다.

3월 5일.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 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승점 1점만 보태면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 1세트를 25-19로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인 흥국생명은 2세트와 3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4세트에서 이재영이 9득점을 폭발시켰고, 알렉시스도 6점을 보태며 25-17로 세트를 가져왔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상황.

선수들은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았다.

흥국생명 선수들. (C)흥국생명

▲ 5년만의 봄배구, 아쉬웠던 테일러의 빈자리

흥국생명은 5년 만에 봄배구에 나섰다. 그토록 원했던 자리였다. 상대는 올 시즌 우위를 점했던 현대건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3월 11일 1차전과 13일 2차전 모두 1세트를 따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현대건설이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면 흥국생명은 이재영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합류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알렉시스는 센터 포지션이라 기존 전력과 조화를 이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흥국생명은 주장 김혜진을 빼고 알렉시스를 라이트가 아닌 센터로 투입하며 전력 극대화에 나섰지만 결과는 2연패로 끝났다. 정규시즌 활약했던 테일러 심슨이 포스트시즌에서 나섰다면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었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2015-2016 시즌은 새로운 도약의 시발점이었다. 박미희 감독 부임 이후 끈끈해진 팀컬러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봄 배구를 경험한 흥국생명은 값진 수확 속에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됐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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