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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2015-2016 NH농협 V리그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이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IBK기업은행은 정규시즌 우승 이후 주공격수의 잇단 부상에 통합우승 문턱에서 발목이 잡혔다. 3위 흥국생명은 ‘5년 만의 봄 배구’라는 수확을 일궜다. 4위 GS칼텍스와 5위 한국도로공사는 마지막 6라운드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지만 한 발 늦은 스퍼트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KGC인삼공사는 리빌딩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던 시즌이었다.
스포츠타임스는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는 ‘구단회고’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미 비시즌이 시작됐고, 구단들은 저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지만 적막한 코트에 남아있는 여운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편집자 주>
▲ 끈끈한 출발, 우승의 서막
2015-2016 시즌 여자부는 트라이아웃 첫 해였다. 젊고 경험이 적은 외국인 선수가 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건설은 폴리의 막강 화력을 앞세워 2014-2015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른 유형의 선택을 했다. 양철호 감독은 수비가 가능한 레프트 에밀리 하통을 뽑았다. 지명 순번이 4번째인 상황에서 이 선택은 팀에 변화를 가져왔다. 라이트 황연주를 살리고, 에밀리가 리시브에 들어가는 변화가 생겼다.
시즌 전 위기도 찾아왔다. 팀의 핵심인 양효진이 개막 40일 전인 9월 1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일본서 열린 월드컵 여자배구 도미니카전을 치르던 중 2세트 8-8 동점 상황에서 블로킹을 하고 내려오다 쓰러진 것. 결국 양효진은 중도 귀국했고, 진단 결과 왼쪽 발목 피로골절 전단계 판정을 받았다.
2주 후 현대건설의 일본 전지훈련 때도 양효진은 연습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후 양효진은 볼을 거의 만지지 못한 채 최대한 쉬면서 시즌에 대비했다.
여자부 개막전이 된 2015년 10월 11일 인천 계양체육관.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 나섰다. 결과는 2-3 패배.
현대건설은 상대 외국인선수 테일러 심슨의 전방위 활약에 1세트를 내준 뒤, 양효진의 시간차 공격을 앞세워 2세트와 3세트를 잡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5세트를 13-15로 내주며 승점 1점에 만족했다.
나흘 뒤 현대건설은 서울 원정길에서 GS칼텍스를 상대했다. 1세트와 2세트를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현대건설은 3세트 23-23 상황에서 이다영의 득점에 이은 에밀리의 서브 득점으로 세트를 가져온 뒤, 여세를 몰아 리버스 스윕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시 나흘이 지나 현대선설은 김천 원정길에 올랐다. 이번에도 1세트와 2세트를 내주며 흔들린 현대건설은 3세트부터 집중력을 발휘해 다시 한 번 리버스 스윕으로 승리를 챙겼다. 이 승리는 큰 의미가 있었다. 선수들이 원정 3연전에서 15세트를 치렀지만 끈끈한 승부 속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에밀리와 정미선이 수비라인에서 자리를 잡았고, 황연주는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양효진은 완전치 않은 몸으로 팀을 이끌었고, 김세영과 한유미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가운데 팀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냈다.
홈 개막전인 10월 28일 현대건설은 디펜딩 챔피언인 IBK기업은행에 3-1 완승을 거두며 포효했다. 에밀리(23점)-양효진(20점)-황연주(15점)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이 전후좌우에서 터지자 상대는 속수무책이었다. 현대건설은 11월 1일 KGC인삼공사를 3-0으로 가볍게 제치며 1라운드를 4승 1패 단독선두로 마쳤다.
11월 5일 2라운드 시작도 상대는 흥국생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풀세트 접전 끝에 2-3패였다. 승점을 따내며 분위기는 이었지만 테일러 마크에 애를 먹었다. 현대건설은 사흘 뒤 도로공사전에서 다시 살아났다. 3-0 완승을 거뒀다. 블로킹 12-2가 말해주듯 높이의 승리였다.
인삼공사전까지 3-0 셧아웃으로 잠재운 현대건설은 11월 16일 까다로운 상대 GS칼텍스와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고, 이후 11일 만인 11월 25일 IBK기업은행전에서도 3-2 승리를 따내며 2라운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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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1라운드와 2라운드를 각각 4승 1패로 마치며 독주체제를 시작했다. 3라운드도 페이스는 변함이 없었다. 12월 5일 수원 IBK기업은행전 3-0 완승으로 5연승을 거둔 현대건설은 나흘 뒤 김천 원정길에서 2-3으로 패했지만 승점을 따내며 무너지지 않는 모습만큼은 이어갔다.
이후는 더욱 좋았다. 12월 12일 인삼공사전 3-0 승리 이후 14일 GS칼텍스전에서도 3-1 승리로 미소 지었고, 고비였던 17일 흥국생명전에서는 상대 주포 테일러의 결장 속에 3-0 완승을 거두며 전반부 12승 3패 승점 35점으로 독주체제를 굳혔다. 2위인 기업은행(9승 6패 승점 28점)과는 승점 7점 차로 벌어졌다.
▲ 내리막길, 위기에 선 현대건설
현대건설의 따뜻한 12월은 계속될 것 같았다. 후반부 첫 경기인 29일 인삼공사전에서 3-0 완승을 거둘 때만해도 그랬다. 하지만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흥국생명전은 내리막의 시작이었다. 상대 테일러가 복귀해 맹활약하자 현대건설은 당황했다. 1세트를 16-25로 내준 뒤, 2세트에서 29-29까지 물고 늘어졌지만 김수지의 시간차 공격과 이재영의 퀵오픈에 또 다시 세트를 내줬다. 3세트 마저 19-25로 내준 현대건설은 0-3 완패로 경기를 마쳤다. 4연승 행진을 중단했고, 개막 이후 16경기 연속 승점 획득 기록도 멈춰섰다.
1월 7일 현대건설은 GS칼텍스와 신년 첫 경기에서 3-1 승리로 분위기를 어렵사리 돌렸다. 세트마다 접전이 펼쳐졌지만 에밀리가 30점을 퍼부으며 분위기를 살렸다. 하지만 반등은 이어지지 못했다. 11일 도로공사에 0-3 완패를 당하며 다시 한 번 흔들렸다. 1세트 13-13 동점 상황 이후 무너지며 세트를 빼앗기자 이후에도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3세트 중반 18-14로 앞섰지만 연속 범실로 결국 경기를 내줬다.
그 때 까지 단독선두를 유지했던 현대건설은 일주일 뒤인 18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0-3 완패로 선두 자리를 내줬다. 정규시즌 우승의 바로미터가 된 이 경기의 패배는 쓰라렸다. 두 팀은 나란히 14승 6패를 기록했지만 승점에서 2점을 앞선 기업은행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4라운드에 2승 3패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3패 모두 0-3 셧아웃을 당하며 걷잡을 수 없이 흐트러졌다. 이전까지 패하더라도 두 세트는 잡아내던 끈끈함은 사라졌고, 전반부와 완전히 다른 팀으로 전락했다.
5라운드 시작은 행운이 따랐다. 푹 쉬고 난 후 1월 27일 흥국생명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승점 5점 차로 2위 자리도 지키기 버거운 상황에서 상대 에이스 테일러가 부상으로 결장한 것. 현대건설은 3-1로 어렵사리 승리를 거두며 2위 지키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2월 1일 지금껏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았던 인삼공사를 상대로 2-3 패배를 당했다. 더구나 상대는 에이스 헤일리가 어깨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충격패를 당한 현대건설은 사흘 뒤 김천 원정길에서 0-3 완패로 고개를 숙였고, 7일 기업은행전과 10일 GS칼텍스전까지 1-3으로 패하며 4연패 충격에 휩싸였다. 더구나 양효진이 부상으로 2경기 연속 결장, 이제는 2위도 장담할 수 없는 벼랑 끝 상황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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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사리 이룬 2위
2월 13일 현대건설은 수원 홈코트에서 도로공사를 만났다. 마지막 6라운드가 출발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때마침 양효진도 복귀했다. 이 경기를 3-0으로 잡은 현대건설은 큰 위기에서 탈출했다. 더구나 3라운드 이후 3연패를 안긴 까다로운 상대 도로공사를 이긴 것은 팀에 안정감을 심어줬다.
18일 GS칼텍스에 0-3 패로 주춤했지만 23일 KGC인삼공사에 3-0 완승을 거둔 현대건설은 17승 11패 승점 51점으로 선두 기업은행(53점)에 2점 차까지 다가서며 정규시즌 우승을 다시 한 번 노릴 수 있게 됐다.
2월 27일 현대건설은 화성에서 IBK기업은행을 만났다. 운명의 대결이었다. 현대건설이 승리할 경우 우승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맥마혼과 김희진이 모두 결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승리는 기업은행의 몫이었다. 절박함이 가져온 승리였다. 현대건설은 이날 패배로 기업은행의 정규시즌 우승을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다.
3월 5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흥국생명전에서 현대건설은 2-3으로 패하며 정규시즌을 17승 13패 승점 53점으로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상대인 흥국생명은 이 경기에서 어렵사리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지었다. 반면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치른 경기였다.
전반부에 연승을 거두며 승점을 쓸어 담은 현대건설은 후반부 5승 10패 부진 속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다. 시즌 초반 막강했던 경기력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가운데 저력을 발휘하며 이뤄낸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 턴어라운드 현대건설, 진인사대천명의 교훈
3월 11일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플레이오프가 시작됐다.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었다. 1세트를 26-28로 내준 현대건설은 2세트 들어 집중력을 발휘했다. 양효진의 시간차 공격이 불을 뿜자 김세영의 블로킹 득점이 더해지며 분위기는 완전히 살아났다. 염혜선 세터의 정확한 토스와 분배력은 시즌 초반 이상의 경기력이었다.
더구나 1차전을 이틀 앞두고 양효진이 갑작스런 허리통증으로 병원에 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흥국생명이 테일러가 아닌 새 외국인선수 알렉시스 올가드로 경기를 펼친 것도 현대건설 입장에선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후위 공격과 블로킹은 물론, 수비까지 하는 테일러와는 달리 알렉시스는 블로킹과 간헐적인 공격 말고는 특별히 경계 대상이 아니었다.
현대건설은 1차전에서 3-1 역전승을 거뒀고, 13일 인천 2차전에서도 1세트를 18-25로 내줬지만 이후 나머지 세트를 여유 있게 잡아내며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했다.
손쉽게 끝난 플레이오프 덕분에 나흘간의 여유를 찾은 현대건설은 17일부터 디펜딩 챔피언 기업은행과 챔프전을 펼쳤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현대건설 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우선 현대건설의 경기력이 완전히 살아나 있었다. 한유미가 초반부터 투입돼 안정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고, 염혜선의 토스는 지켜본 중 최상급이었다. 황연주와 양효진에 한유미와 에밀리는 물론이고 김세영까지 손을 들고 사인을 내는 상황에서 염혜선 세터는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였다.
더구나 상대 기업은행은 에이스 맥마혼이 손가락 골절로 결장했고, 김희진이 복귀했다지만 아직 통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이전의 위협적인 플레이는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상대는 정상 전력이 아니었고, 현대건설은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최상의 전력이었다. 결국 챔피언결정전은 싱겁게 끝났다. 현대건설의 3연승이었고, 세트스코어 9-0 완승이었다.
2016년 3월 21일 현대건설은 수원 홈코트에서 대망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지었다. 5시즌 만에 차지한 우승이었다. 기업은행 선수들이 도열한 가운데 현대건설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승은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 그런 뜻에서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 현대건설의 우승은 드라마였다.
시즌 초반 초강세 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정규시즌 우승이 4라운드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 속에 좌절됐고, 분위기를 잡을 만하면 에이스 양효진의 부상 악재가 찾아왔지만 이를 어렵사리 극복하며 만들어낸 기적 같은 우승이었다.
양철호 감독에게는 우승 감독 칭호가 붙었고, 양효진은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코트를 떠났다 복귀한 김세영과 한유미는 우승을 수확했고, 황연주도 다시 한 번 우승 감격을 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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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환호하는 현대건설 선수들. (C)현대건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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