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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LG 김용일 트레이닝코치② “내 철칙은 선수들과 술을 마시지 않는 것”
홍성욱 | 2015.03.26 09:39



편에서 계속

얘기를 듣고 보니 갈 길이 멀고, 과제도 많은 것 같다.

일을 하는 날까지는 연구하고, 또 연구하면서 열정을 불태우는 방법 말고는 없다. 미국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하는 게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거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보면서 신중하게 연구하고 다음해나 다다음해에 부분적으로 도입해 본다. 그 이유는 선수들이 그 운동을 하기 전에 필요한 준비를 미리 해 놓아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FA 100억대에 가까워졌다. 연봉이 7억원인 선수도 있다. 그렇다면 선수생활을 길게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구단에서도 좋은 선수가 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이고, 선수 개인도 연봉이 높을 때 선수생활이 지속되면서 수입과 명예도 동반 상승할 것이다. 팬들 입장에서도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을 오래 볼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실질적으로 수치를 계산하기 어렵지만 팀의 부상선수가 줄어들면 구단의 부가가치나 선수 개인의 부가가치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부상 부위는 거의 비슷할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1990년부터 25년간 부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투수나 야수나 부위는 거의 비슷하다. 투수들이 어깨를 많이 다치면 어깨 강화 프로그램을 세밀화시켜 적용한다. 20년 전의 프로그램을 똑같이 쓰는 것도 많다. 바뀌지 않는 좋은 프로그램은 그대로 가져가고, 새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면 그걸 적용한다. 매년 데이터를 뽑아 트레이너들끼리 토론해 문제 있는 선수들의 기능적 향상 혹은 게임을 소화 가능성을 살펴보고 이전 프로그램 효과와 개인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응한다.”

상당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이전에도 마사지와 보강운동을 했지만 계획적이진 못했다. 요즘은 체계화 됐다. 일례로 선발투수의 경우, 등판일 스트레칭과 던진 후 스트레칭으로 세분화돼 있고, 던진 다음 날에는 어깨와 팔꿈치 마사지를 한 뒤, 스트레칭에 이어 보강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게 된다. 중간투수 같은 경우에도 던지고 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리커버리 프로그램으로 들어간다. 경기 다음날에도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한다.”

마사지가 많이 들어있다.

그렇다. 미국은 트레이너들이 마사지를 우리 처럼 많이 하지 않는다. 우리는 마사지를 겸한다. 마사지를 하면서 얻는 효과는 크다. 우리 LG2015년에 계획과 목표대로 선수 부상이 없다면 데이터를 정리해 LG의 프로그램을 미국 메이저 학회에 발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수술선수도 줄고 부상선수도 많이 줄어든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프로에 데뷔하는 고등학교나 대학 출신 선수들의 상황이 궁금하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의 경우 전문 관리를 처음 받는다. 허구연 위원, 박진영 교수와 함께 2013년에 입단한 전 구단 신인 투수 설문지 조사를 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투수의 경우 문제 없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선수 전원이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LG에 최근 7년 동안 입단한 투수를 봐도 60%가 이미 수술을 하고 들어오고, 이후 7년 동안 20%가 추가로 수술을 한다. 결국은 수술한 선수가 전체 80%라는 거다.”

고교나 대학에서 60%가 수술을 하고 입단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분명 그래야 한다. 지금 건강한 선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마야구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서도 토미존서저리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만 4명이 했고, 전반기에만 무려 54명이 수술대에 올랐다. 미국은 시즌이 끝난 후 18세 미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78구 이상 던지면 4일 동안 쉬고, 투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4개월 동안 공을 던지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메이저리그는 이처럼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책이 나온다. 우리는 수년 동안 많은 선수가 다치고 있는데 그걸 아마야구 지도자 탓만 한다. 이건 아니다.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교는 캠프를 가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있듯이 대한야구협회와 KBO가 전문 집단과 함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10구단이다. 경기 수도 늘었다. 건강한 선수가 많이 프로에 들어와 활약하려면 공정한 제도가 필요하다. 아마추어 감독도 성적이 중요한데 제도가 없으면 결국 선수가 다칠 수밖에 없다.”

다친 선수가 재활을 거쳐 다시 출전하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함께 재활하며 고통을 이겨낸 선수가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 활약할 때는 뭉클해진다. 그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기억에 남는 선수가 많은 것 같다.

첫 기억은 차동철 건국대 감독이다. 해태에서 이적해 올 때 어깨가 좋지 않았다. 재활하면서 중간 투수들의 고과를 주기 시작했던 선수다. 기사에도 고마움을 표시해줬고, 인간적으로 교류했다. 보람도 많이 느꼈다. 그리고 LG에서 90년 우승 때 김용수, 김상훈, 정삼흠, 김영직 94년 우승 때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이 기억에 남는다. 2000년 현대로 가서 바로 우승했을 때와 2003년 트레이닝 코치가 된 첫 해 우승도 기억에 남는다. 정민태, 이숭용, 박경완, 김수경, 조용준 등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 많다.”

- 에피소드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

이숭용은 책상다리를 못할 정도로 골반유연성이 좋지 않았다. 본인이 찾아와 유연성을 좋게 해달라고 했다. 함께 하면서 상당히 좋아졌었다. 박경완은 팔꿈치 수술을 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안해도 된다고 해서 선수생활을 마칠 때까지 수술 없이 끝냈다. 조용준은 아마추어 최고의 선수였는데 선발로 들어왔지만 미국 알라바마에 있는 클리닉에서 이 선수는 선발로 나가 많이 던질 수 없다고 해서 보직을 바꾼 기억이 있다. 수술에 얽힌 사연들이 많다.”

- 트레이너 생활을 오래하면서 지켜 온 원칙이 있나.

있다. 선수들과 술자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원칙이 아니라 철칙이다. 선수들은 많이 서운해 한다. 함께 해왔기 때문에 술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어떤 자리나 상황에서 선수들과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한다는 건 안된다고 본다. 그래서 아예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벌써 일은 시작한지 27년째다.

보람도 느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다 만족할 수는 없더라. 언제 관둘지는 모르지만 가진 에너지를 다 쓰고 싶다. LG로 다시 와서 많은 팬들과 함께 하고 있다. 내가 일을 시작했던 곳에서 내 힘이 보탬이 되고 팀을 위한 발판이 됐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김용일 트레이닝 코치. 홍성욱 기자]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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