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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바레인에서 발견한 이정표
홍성욱 기자 | 2023.05.28 11:32
2023 AVC 클랩챔피언십이 열린 바레인 마나마 이사 스포츠시티 경기장. (C)마나마(바레인)=홍성욱 기자

2022-2023 V-리그 남자부 통합우승에 빛나는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지은 지 꼭 50일 만에 본격적인 휴가에 돌입합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3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2주 가량 쉬다 다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3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몸을 만들며 전술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11일 바레인 마나마로 출국했습니다. 2023 AVC(아시아배구연맹) 남자부 클럽챔피언십 출전을 위해서였습니다. 이 대회에 남자부 프로팀이 출전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실업배구 시절 남자부 삼성화재가 3년 연속 출전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15년 국군체육부대가 14년 만에 출전해 6위를 기록한 것이 남자부 마지막 출전이었습니다.

여자부에선 1999년 실업 LG정유(현 GS칼텍스)가 처음으로 출전해 우승했고, 이듬해인 2000년 현대건설(4위)도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이후 2005년 프로로 전향한 한국도로공사가 출전해 3위를 기록했고, 2010년 KT&G(현 KGC인삼공사)가 9위를 기록한 것이 대회 마지막 참가였습니다.   

대한항공의 이번 아시아 클럽챔피언십 출전은 의미가 있습니다. V-리그 일정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던 이전과 달리 아시아 여러 클럽들과의 경기를 통해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려 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번 대회 출전 경비는 KOVO(한국배구연맹)에서 부담했습니다. 일찌감치 연맹은 남자부와 여자부 팀의 출전 지원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남자부는 2021-2022 챔피언 대한항공이 바로 화답한 반면, 여자부는 1위팀 현대건설부터 신생팀 페퍼저축은행까지 7팀 모두 검토하다 고사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대회 출전을 결정지은 뒤 여러 차례 플랜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당초 외국인선수 링컨을 제외한 모든 국내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재활이 필요한 세터 한선수와 미들블로커 김규민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전력 손실은 불가피했습니다. 리베로 정성민은 마나마행 비행기에 오르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현지에서 주장을 담당한 아웃사이드히터 곽승석은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면 거의 웜업존에 있거나 후위에 교체 투입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전력의 축인 정지석도 제한적인 출전에 그쳤고, 주전 미들블로커 조재영도 일부 경기에만 나섰습니다.

결국 이번 대회 대한항공은 1.5군이 나서는 상황이었습니다. 팀 훈련 때 주로 B코트에 있던 선수 위주의 운영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대감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대한항공은 아포짓스파이커 임동혁, 아웃사이드히터 정한용과 이준, 미들블로커 김민재와 진지위, 세터 유광우, 리베로 오은열까지 준수한 선발 라인업으로 초반 경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조별리그 3일 연전과 하루 휴식 이후 4연전까지 8일 동안 7경기를 치르는 일정은 험난했습니다. 유광우 세터의 체력 안배가 필요해 정진혁이 많은 경기에 나서는 기회를 잡았고, 오은렬 리베로의 부상으로 송민근과 강승일까지 코트를 누볐습니다. 임동혁의 체력 안배를 위해 손현종이 아포짓스파이커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첫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대한항공이 과연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것인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결과는 4승 3패 최종 7위였습니다. 조금은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합니다.

대한항공은 조별리그 2연승 이후 인도네시아 바양카라 프레시시에 패하며 조 2위로 8강 리그에 진출했습니다. 이후 일본 산토리 선버드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쿠웨이트 스포르팅클럽에 패하며 7-8위전으로 밀렸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선 몽골 바양홍고르에 3-0 승리를 거뒀습니다. 곽승석 선발 투입은 팀에 큰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대한항공이 패했던 일본 산토리와 인도네시아 바양카라는 결승에 올라 대회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산토리는 218cm 무셜스키를 앞세웠고, 전력 손실 없이 이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바양카라는 V-리그에서 뛴 다우디가 건재했고, 국가대표팀 일정으로 지난 아시아쿼터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철회한 아웃사이드히터 파르한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파르한은 스틴빈 소속이었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팀에 영입된 선수였습니다. 이란 출신 아웃사이드히터 마나비 레자드 또한 단기 영입 선수였습니다. 

이처럼 이번 대회 대부분의 팀들은 최고 전력으로 나서거나, 외부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시키는 두 타입으로 전열을 정비했습니다. 반면 대한항공만이 주전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외국인선수 없이 대회에 나섰습니다. 

내년 이 대회는 아마도 대한항공이 우승을 노리며 칼을 갈 것입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 본 한선수와 김규민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대회 주장 곽승석 또한 풀전력으로 나서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도 만만하게 볼 대회가 아님을 언급했습니다. 

대한항공이 이번 대회 출전을 통해 확실하게 얻은 건 두 가지입니다. 우선 백업 선수들이 출전 경험을 통해 비시즌 훈련에 앞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또 하나는 내년 이 대회를 모든 선수들이 인지하며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시즌 종료가 끝이 아니라 이 대회 준비의 시작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외국인선수 ITC(국제이적동의서) 기간 연장도 필수임을 알게 됐습니다. 

V-리그는 2005년 출범 이후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특히 선수 연봉과 복지에서 세계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지금은 선수 육성을 통해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가 됐습니다. 특히 남자부는 세계무대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항공의 이번 아시아클럽챔피언십 출전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한항공은 제주도보다 작은 섬나라 바레인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국제 무대에서 살아남아야 국내 무대에서도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레인에서 발견한 이정표는 앞으로 대한항공이 가야 할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해 줍니다. 이는 대한항공 뿐아니라 모든 국내 구단들이 뼈저리게 느껴야 할 대목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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