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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아시아쿼터를 도입한 V-리그에 부는 변화의 바람
홍성욱 기자 | 2023.05.01 09:43
남자부 아시아쿼터로 선발된 7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KOVO

2023-2024시즌부터 V-리그 코트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아시아쿼터로 선발된 14명이 코트를 누비게 됩니다. 이는 ‘국내선수’만으로는 적정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KOVO(한국배구연맹) 운영의 굵직한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는 최근 수년간 아시아쿼터 도입을 논의했지만 여자부 몇몇 이사만 의견을 개진했을 뿐, 남자부 이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변화의 기류가 생겼습니다. 여자부나 남자부 모두 아시아쿼터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을 냈고, 합의까지 도출했습니다. 남자부는 몽골 출신으로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마치는 두 선수 에디와 바야르사이한이 V-리그에 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던 겁니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V-리그 구성원과 관계자들은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남자부와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이 차례로 막을 내린 직후,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열리면서 뜨거운 2주를 보냈고, 곧바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로 이어졌습니다.

먼저 4월 21일 여자부 드래프트에서 7명이 선발됐습니다. 여자부는 주축 선수들이 대표팀 일정 등으로 한국에 올 수 없어 트라이아웃을 생략한 가운데 비대면으로 드래프트만 진행했습니다.

태국 국가대표팀 주전 세터인 폰푼 게드파르드가 1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되는 등 7명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습니다. 국적 분포로는 태국 3명, 인도네시아 2명, 필리핀 1명, 일본 1명이었습니다.

남자부는 25일부터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트라이아웃이 펼쳐졌습니다. 제주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드래프트 결과, 몽골 출신 에디가 전체 1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주목 받은 일본 출신 리베로 료헤이 이가는 2순위로 한국전력에 지명됐습니다. 남자부에서 선발된 7명의 국적 분포를 보면 몽골 2명, 일본 2명, 타이완 2명, 필리핀 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타이완 출신 리우 훙민은 KB손해보험에 지명된 직후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시아쿼터로 선발된 남자부와 여자부 선수 14명은 7월 1일자로 계약이 시작되지만 국제이적동의서(ITC) 절차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릴 예정입니다. 구미에서 열리는 컵대회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7월 부터는 팀에 합류해 함께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 14명은 연봉 10만 달러를 받습니다. 세금이 포함된 금액으로 원천징수 22%와 환급 등을 감안하면 8천 달러 전후를 수령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가운데 몇몇 선수들은 벌써부터 주전으로 여겨집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선수들이 아시아쿼터 참가신청을 낼 계획입니다. 남자부 인도네시아 선수들과 여자부 태국 대표팀 선수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0만 달러로 정해진 연봉도 다가올 시즌을 마치면 상향 조절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억 원을 받고 뛰는 국내 선수를 제친 아시아쿼터 선수가 나온다면 현실적인 반영은 필요해 보입니다.

코트는 냉정한 곳입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설 수 없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가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배구를 하려는 선수들도 동시에 줄어들고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김연경 같은 스타가 나타나주길 바라는 건 요행입니다. V-리그 무대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신인선수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내선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계속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외국인선수 14명과 아시아쿼터 선수 14명까지 28명이 차지한 자리에서 밀려난 우리 선수들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도 요구됩니다.

코트에 설 수 없다면 선수가 아닙니다. 훈련만 하는 선수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당장 2군 리그가 필요하지만 현실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면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 선수들이 경쟁하면서 동서양 외국인선수들과 맞설 수 있을 겁니다.

다가오는 시즌은 여러모로 특별할 것 같습니다. 아시아쿼터 14명과 함께 각국 선수를 응원하는 관중석 응원전 또한 기대됩니다.

코트는 늘 바람이 붑니다. 이번 아시아쿼터 바람은 강력했습니다. 기존에 코트를 지키고 있던 국내 선수들 가운데 여러명이 주전 유지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리그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선의의 경쟁 속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이 펼쳐질 수 있다면 리그는 더 발전할 것입니다.

아시아쿼터는 V-리그에 더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리그는 더 넓은 개방 요구와 마주할 겁니다. 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겁니다. 이는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 리그는 세계 무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V-리그의 세계화 또한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더 강렬해지고 있습니다. 

여자부 아시아쿼터 1순위로 선발된 폰푼이 화상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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