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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그단스크 새벽바다
홍성욱 기자 | 2022.10.03 08:26
사진=그단스크(폴란드), 홍성욱 기자

동이 트기 전 쌀쌀한 새벽바다를 거닐고 있습니다.

발트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폴란드 최대 항구도시 그단스크의 잔잔한 해변입니다.

이른 새벽 임에도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옆 산책로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하나둘 페달을 밟으며 불빛을 내뿜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아침마다 해변을 산책하고 돌아와 간단한 식사를 마치면 900미터 가량 떨어진 에르고아레나로 출근했습니다. 느리게 걷는 10여분 출근길은 무척이나 정겨웠습니다. 나무가 빼곡한 숲길은 숨을 끝까지 들이마실수록 기분이 상쾌해지는 치유의 길이었습니다.

숲길 끝자락을 돌아서면 1만 2천명을 수용하는 현대식 체욱관 에르고아레나가 위용을 드러냅니다. 2022 FIVB(국제배구연맹) 월드챔피언십 B조 조별리그 경기가 펼쳐진 곳입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이 곳에서 4경기를 치렀습니다. 튀르키예, 폴란드, 태국까지 난적들을 만나 3일 연속 완패했습니다. 지난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때 만났던 상대를 다시 만났지만 동일한 성적표였습니다. 선수들은 패배의 아픔을 침울한 표정과 뜨거운 눈물로 표현했습니다. 코트 훈련 때도 가끔 옅은 미소만 머금을 뿐 무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개인의 실력과 능력은 편차가 있기 마련입니다. 조직의 시너지는 더더욱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선수들은 잘 될 때의 상황을 기억했고, 코트에서 그 때의 상황이 투영되기를 염원했습니다. 하지만 네트를 사이에 둔 줄다리기에서 모든 일은 계획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기마다 절감해야 했습니다.

3일 연전이 마무리 된 9월 30일 하루 휴식과 함께 선수들은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시월의 첫 날 크로아티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결과는 3-1 승리였습니다. 1세트만 여유있게 따냈을 뿐, 2세트 이후는 세트의 주인을 쉽사리 점치기 어려운 초접전이었습니다. 집중력으로 이뤄낸 승리였습니다.

승리 이후 선수들의 표정은 드디어 풀어졌습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보였습니다. 되찾은 미소 속에서 작은 희망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밝은 표정을 지닌 선수들이라는 걸 저도 잠시 잊고 지냈을 정도였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날 아침에도 발트해를 거닐었습니다. 작별 인사였습니다. 체육관 출근길 초입까지 걸어나가 한참 동안 에르고아레나를 바라봤습니다. 저 건물 안에서 펼쳐진 일주일 동안의 치열한 승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다음 시즌 국가대표대항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지금부터 실패의 교훈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다시 맛보기 위한 치밀한 작업이 시작돼야 하겠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발트해는 오늘도 고요함과 평온함을 선물합니다. 그 위를 화물선과 여객선, 그리고 어선들이 누비고 있습니다. 한국여자배구가 이 곳을 다시 찾는다면 찬란한 승리의 연속이길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도시를 떠납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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