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후 포즈를 취한 김희진. (C)용인, 홍성욱 기자

김희진(IBK기업은행)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V-리그 남녀 14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훈련을 시작한 IBK기업은행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며 완만한 상향곡선을 그리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김희진 또한 이 대열 속에 있다.

하지만 마음은 분주하다. 오는 5월 2일 진천선수촌으로 향하기 때문.

김희진은 대표팀에 합류해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 나선다. 현재 라이트 포지션으로는 유일하게 뽑혔다.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김희진을 26일 오후 용인시 IBK기업은행 훈련 체육관에서 만났다.

# 우선 몸 상태가 궁금하다.

“(웃으면서)작년에 수술한 오른쪽 무릎 상태 점검을 위해 병원에 들렀다. 아프지는 않았었다. 검사를 해보니 상태가 너무 좋았다. 약간의 불편함도 없었다. 부상 부위에 대한 청소만 했는데 마치 천공술을 한 것처럼 피가 연골 역할을 하면서 뼈를 감쌌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 짧은 비시즌은 어떻게 보냈나.

“휴가가 짧았다. 이전에 한 달 정도 휴가를 받으면 재활도 하면서 대표팀에 들어갈 준비를 했었다. 이번에는 시즌 마지막을 조금 힘들게 한 것 같아 집과 체육관을 오가며 감각을 유지했다. 재활까지는 소화하지 못했다. 쉬면서 조금씩 뛰기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겸했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지만 가지 못했다. 대신 1박 2일로 동료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 5월 2일에 대표팀이 소집된다. 라이트 포지션으로는 유일하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라이트에서 열심히 준비하겠다. 그래도 센터가 4명이니 (최)정민이는 라이트로 넘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레프트에서도 (정)지윤이가 넘어올 수 있다.”

# 이전과 달리 지금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라이트 포지션을 소화한다.

“원했던 포지션이다. 그 동안 비시즌 대표팀에선 라이트를 했지만 소속팀으로 돌아오면 시즌 동안 센터를 했다. 센터는 세터와의 호흡이 중요하고 많이 맞춰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반면 라이트는 힘을 쓰는 공격, 혹은 내가 만들어 때리는 공격을 많이 한다. 신나게 한 것 같다. 서남원 감독님이 계실 때도 마지막에는 라이트로 나섰다. 센터와는 달리 볼을 때릴 기회가 많아 라이트를 하고 싶었다. 김호철 감독님이 오시면서 라이트로 고정됐다. 마음이 편해졌다.”

# 라이트의 출발점은 2012 런던올림픽이다.

“그렇다. 김형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팬들 중에는 ‘왜 라이트를 하고 싶을 때는 센터를 시키고, 센터를 하고 싶을 때는 라이트를 시키나’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다. 중요한 건 라이트를 할 때도 행복하고, 센터를 할 때도 행복하게 배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트를 할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 올해 VNL은 미국, 브라질, 불가리아까지 3개 대륙을 넘나들면서 12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강행군이다.

“걱정은 된다. 그래도 라바리니 감독님과 한 시즌 35경기를 풀로 다 뛴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센터를 하다 라이트로 나서는 상황이라 라이트에 다시 적응하며 기술적인 부분까지 익히는 단계였다. 지금은 라이트에서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를 알고 또한 느끼고 있다. 진천에 들어가면 부지런히 훈련해 실전 적응을 빨리 하려고 한다.”

# 세터가 염혜선과 박혜진이다. 박혜진과는 맞춰본 경험이 없다.

“염혜선 언니는 많이 맞춰 봤다. (박)혜진이와는 호흡을 맞춰본 경험은 없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난다. 이번에 들어가서 함께 해보면서 조정해야 할 것 같다.”

# 소속팀에서도 김하경 세터와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다시 떨어지게 됐다.

“(김)하경이에게 비시즌 라이트 토스 많이 하라고 말했다. 계속 라이트 토스를 하다보면 나와도 더 잘 맞을 것 같다.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 대표팀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고참 언니들 셋이 빠졌다.

“일단 (김)연경 언니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클 것 같다. (양)효진 언니도 없고, (김)수지 언니도 대표팀에 없다. 190cm가 넘는 언니들이 빠졌고, 수지 언니도 189cm라 거의 190cm나 마찬가지다. 블로킹이(난감한 웃음).”

# 블로킹 얘기를 하다 말을 멈췄다. 그래도 이제 고참이니 대표팀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오)지영 언니까지 부상으로 빠졌으니 (염)혜선 언니, (황)민경 언니, (박)정아와 나까지 4명이 후배들과 힘을 합해야 할 것 같다.”

# 대표팀 고참이 됐으니 주장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참고로 MBTI(성격유형지표) 앞 자리가 ‘I’다.”

# 도쿄올림픽 4강 이후. 팬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실감할 것 같다.

“실감한다. 책임감도 느낀다. 특히 힘이 많이 난 건 지난 시즌 매우 힘든 시기에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사람을 꺼려했는데 체육관에 가면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와 계시니 쳐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응원도 주시고, 응원 메시지도 많이 보내주셨다.”

# 입구에 택배도 많이 와 있다. 올 때마다 입구에서 택배량이 늘어나는 것 같다.

“(웃으며)사실 개인적으로 택배를 시키지 않는 편인데 팬들이 보내주신 택배가 늘 와있다. 손편지도 온다. 감사함을 느낀다. 한 때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내 역할이다. 잘 하겠다.”

# 무엇보다 썰렁하던 화성종합경기타운이 관중으로 꽉 들어찼다.

“그 부분이 제일 큰 것 같다. 그냥 너무 감사드린다. 분석 많이 하고 책임감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 대표팀에 들어가기 때문에 소속팀 훈련에선 빠진다.

“사실 이 부분이 이번 시즌 굉장히 아쉽다. 늘 대표팀에 가는 걸 기뻐했지만 이번에는 아쉬움도 함께한다. 김호철 감독님이 시즌 중반에 오셔서 족집게 과외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셨다. 모두 함께 하기에는 시간이 없으니 개개인 능력을 구분해 보완해 주셨다. 세터와의 호흡에 있어서도 낮고 빠른 토스가 필요한 레프트와 달리 세워줘야 하는 라이트 쪽을 구분해 훈련했다. 내 경우 내 문제만 생각하고, 그걸 느끼게 해주셨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 감독님과의 시간이 매우 기대됐다. 헌데 대표팀에 들어가게 됐다. 다녀와서 감독님께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김호철 감독님께 배워야 하는 기술 또한 꼭 익히고 싶다.”

# 올해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궁금하다.

“우선 이번 VNL 대표팀 목표만 언급하려 한다. 소집되면 들어간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똑같은 마음으로 하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다. 그리고 VNL에서 승리하고 싶다.”

김희진. (C)KOVO

용인=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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