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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성과 낸 감독을 내치는 한국전력의 비상식적인 방식
홍성욱 기자 | 2022.04.27 05:54
구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이끈 장병철 감독. (C)KOVO

한국전력이 시즌을 최종 3위로 마무리 한 장병철 감독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이별을 선택했습니다.

장병철 감독은 지난 2019년 감독에 올라 세 시즌 동안 팀을 지휘했습니다. 첫 시즌 최하위에서 두 번째 시즌 5위로 올라섰고, 이번 시즌은 4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를 눌렀습니다.

특히 정규시즌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한 상대를 포스트시즌에서 눌렀다는 점에서 의미는 상당했습니다. 이 승리는 구단 역대 V-리그 포스트시즌 첫 승리였습니다.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을 처음 내딛은 장병철 감독이었습니다.

시즌 종료 후 장 감독은 가족들이 사는 뉴질랜드로 향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2년 넘게 만나지 못한 가족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그 사이 장 감독의 아이들은 20cm 넘게 성장했습니다. 출국에 앞서 장 감독은 계약 연장 여부가 궁금했습니다. 주변에선 재계약을 당연시 했고, 구단 고위 관계자 또한 걱정 말고 가족들을 만나고 오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장 감독이 가족들을 만나러 간 사이 구단은 장 감독을 내쳤습니다. 뒤통수를 친 것이었습니다. 특히 늦은 통보로 인해 장 감독은 여자부 구단 감독으로 부임할 기회 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남자부 6위 감독이 여자부 감독으로 이동하고, 5위 감독이 재계약하는 현실 가운데 한국전력 구단이 최종 3위를 기록한 감독을 내버리는 과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전력은 4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 팀 성적을 꾸준히 향상시킨 공헌을 인정해 (장병철 감독과의)재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도 했으나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 등을 고려하여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한국전력은 열흘이 지난 25일 오후 6시 FA(프리에이전트) 마감시한에 맞춰 권영민 코치의 감독 선임 사실을 알렸습니다. ‘선수 육성을 통한 명문 구단 도약’이라는 목표를 언급했습니다.

신임 감독 선임이 결과적으로 내부 승진이었다면 ‘과연 이런 방식으로 장 감독과 이별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더불어 한국전력에 감독 선임 프로세스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아마 정승일 구단주, 이정복 구단주대행, 박창용 단장, 김철수 부단장은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이 왜 이렇게 귀결됐는지, 이게 최선이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혹시 회사 내부의 다른 의사결정 방식도 이런 식인지 또한 궁금해집니다.

장병철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한 4월 15일 저녁 시간, 한국전력을 거친 배구계 고위관계자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전력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전력 출신 지도자는 “한국전력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배구계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왜 명문구단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지는 구단 내부에서만 잘 모를 뿐, 외부에선 훤히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전력은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하겠습니다. 적어도 세 시즌 동안 함께하며 성과를 낸 감독을 떠나보낼 때는 품격은 고사하고, 기본 예의는 갖추는 것이 도리임을 윗선부터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전력은 새로 선임한 권영민 감독 계약을 발표하며 몇 년 계약인지,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상투적으로 구단과 감독이 협의해 발표하지 않는다는 언급 조차 없었습니다.

새로 출발하는 권영민 감독 또한 걱정스럽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감독이 됐는지를 떠나 본인이 모셨던 플레이오프 진출 감독을 밀어내고 감독에 오르는 모양새인 만큼, 엄청난 성적 부담이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다음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하면 권 감독 또한 버거운 비시즌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국전력에서 어떻게 버텨내는지 또한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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