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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무대 5년’ 이윤정 세터, 도로공사 4연승 행진의 주역으로 급부상
홍성욱 기자 | 2021.12.06 14:05
이윤정. (C)KOVO

이윤정 세터가 한국도로공사 턴어라운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1라운드를 3승 3패 4위로 마쳤고, 이후 2라운드 초반까지도 4승 4패로 반타작 상황이었다. 상위권 3팀에는 모두 패했고, 하위권 3팀에는 모두 승리하는 현실이었다.

11월 21일 당시 2위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를 하루 앞두고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이윤정 세터에게 선발 출전을 통보했다.

이윤정은 깜짝 놀랐다. 첫 선발 출전이라는 기회가 찾아온 때문이었다.

이윤정은 “감독님 말씀을 듣자마자 ‘내 스타일데로 가보자. 언니들이 있으니 자신있게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루 만에 나선 경기는 도로공사의 3:0 완승이었다. 이윤정 투입은 대성공이었다. 이윤정은 켈시와 박정아를 활용하는 동시에 배유나의 속공까지 끌어냈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 때는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이윤정은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당시 3위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섰다. 1세트를 25-17로 끝냈고, 멋진 조율을 보여줬다. 공격 본능까지 뽐냈다. 하지만 3세트 초반 손목 부상을 당해 잠시 코트를 물러났다가 세트 후반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세트스코어 1-2로 밀린 도로공사는 이윤정의 활약 속에 4세트와 5세트를 거머쥐며 3-2 짜릿한 역전승에 성공했다.

이윤정은 28일 페퍼저축은행전에 이어 지난 2일 IBK기업은행전 완승까지 4연승을 조율했다. 현재 도로공사는 8승 4패다. 순위는 여전히 4위지만 2위와 3위가 사정권에 있고, 이미 한 차례 승리를 거뒀기에 자신감 또한 넘친다. 이윤정이 주전세터로 나선 이후 팀은 4연승과 더불어 급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997년생인 이윤정은 수원전산여고 3학년이던 지난 2015-2016 신인드래프트에 나서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프로에 가기 보다는 계속 경기를 뛰고 싶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후 이윤정은 5년 동안 실업무대 최강 수원시청의 주전 세터로 맹활약했다. 그 사이 동기들은 프로에서 활약을 펼쳤다. 1라운드 1순위 강소휘(GS칼텍스)를 비롯해 이한비, 박경현(이상 페퍼저축은행), 변지수(흥국생명), 이예림(한국도로공사) 등이 프로무대에 진출했다. 일부 선수들은 실업무대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윤정은 “(이)예림이와 도로공사에 함께 있어 참 좋아요. 또한 연락을 이어온 동기들과 코트에서 만나니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박)경현이와 (변)지수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죠. 동기는 아니지만 함께 호흡을 맞췄던 (문)슬기(페퍼저축은행) 언니를 만날 때도 울컥해요. 그리고 (강)소휘를 보면 초등학교 때가 자꾸 셍각납니다”라고 말했다.

이윤정은 수원 파장초등학교 시절 배구를 시작했다. 이윤정이 배구를 시작한 직후, 강소휘도 배구부에 들어왔다. 이후 이윤정은 파장초를 졸업하고 수일여중과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로 진학했고, 강소휘는 안산서초로 전학을 가 원곡중과 원곡고를 졸업한 바 있다.

이윤정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프로에 들어온 것도 ‘발전’을 위해서였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비시즌 김종민 감독의 연락을 받고 이윤정은 고민했다. 그는 “김종민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처음에는 프로에 갈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수원시청에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죠. 어려운 결단을 했습니다. 가면 제 배구가 더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프로에 입단하면서 이윤정은 조금 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이윤정은 “가장 좋은 점은 아주 디테일하게 알려주신다는 점입니다. 김종민 감독님이 큰 틀에서 잡아주시고 코치님들이 하나하나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제 롤모델인 이효희 코치님께서 플레이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 점검해주세요.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라고 하실 때 제가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된다는 걸 알게됩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석모 트레이너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도 달라진 부분이다. 이윤정은 “처음 도로공사에 와서 들지 않던 무게를 들고, 또한 반복하게 되니 무지하게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적응이 됐습니다. 운동 후 치료를 받는 시스템도 너무 좋고, 식사도 입에 딱 붙어요. 저는 밥심이 중요합니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실업무대와 프로무대가 체감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물었더니 이윤정은 “실업은 백어택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프로에 오면서 외국인선수도 있고, 여러 선수들과 높이 및 스피드를 맞춰야 했고, 백어택도 해야하니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종민 감독은 입단 초반부터 이윤정에게 스피드 배구를 주문했지만 너무 많은 변화를 주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올 시즌은 이윤정이 잘하는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다듬기로 선회했다. 이윤정 또한 평소 하던 토스보다는 조금 빠르게 패스하려 한다.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윤정은 “저는 속공을 많이 쓰면서 다양한 공격수들을 활용하고 싶어요. 팀에는 최고의 언니들이 있어 제가 주기만 하면 잘 때려줍니다. 그래서 속공을 자신있게 쓰게 됩니다. 켈시는 의식적으로 스피드있고 높게 주려해요. (박)정아 언니와도 볼 높이에 대한 얘기를 많이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 경기는 잘 때릴 수 있게 많이 올려주려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윤정은 이번 시즌 2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한참 동생들과 신인상을 놓고 경쟁한다. 그는 “처음에는 욕심이 없었고,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저보다 주변에서 더 많이 말씀들을 하세요. 응원해주시니 조금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윤정은 최근 활약으로 미디어 노출도 늘었다. 인터뷰도 계속 들어온다. 큰 변화다. 이윤정은 “실감이 나지 않아요. 책임감이 조금 더 생기는 것 같고요.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느끼는 큰 변화는 경기 후 수많은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는 사실과 가족들의 열렬한 환영이다.

이윤정은 “첫 선발 승리 이후 너무 메시지가 많이 와서 답을 다 드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연락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요즘 부모님과 동생들의 응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더 힘을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을 물었더니 이윤정은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하루하루 배우며 기량을 늘리고 싶습니다. 발전하고 있는 지금이 행복합니다”라며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였다.

이윤정의 배구가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토스하는 이윤정. (C)KOVO
동료들과 기뻐하는 이윤정.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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