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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IBK기업은행이 가야할 길
홍성욱 기자 | 2021.11.22 16:40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하루 전인 21일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습니다.

감독 경질 이유는 팀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묻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장 경질 이유는 팀 쇄신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팀을 이탈한 조송화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했고, 사직의사를 표명한 김사니 코치는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의 징계는 아직 없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팀의 공식 입장문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더구나 IBK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64.74%를 보유한 국책은행이고, 1금융권의 대표적인 은행입니다. 은행 내부에서 유사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우리가 돈을 맡길 수 있는 조직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창단 이후 이정철 감독 체제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세 차례를 달성했지만 계약 기간을 남긴 상황에서 경질됐습니다. 적어도 그 정도 업적을 이뤘다면 계약기간을 마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 예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프런트 고위 관계자를 중심으로 경질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야 새 감독을 찾아나섰습니다. 당시 프런트는 이정철 감독을 자를 생각만 했지 새로운 감독 선임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김우재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순탄치 못한 행보가 이어졌습니다. 이미 머리가 커진 선수들은 감독의 지휘권 밖에 있었습니다.

이들이 기댈 곳은 일부 프런트와 구단 최고위층이었습니다. 윗선과의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선수 권력은 이렇게 커질 수는 없습니다.

2대 김우재 감독은 2년 임기를 가까스로 채웠지만 마지막 순간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음에도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구단은 이미 선수권력에 굴복해 김우재 감독과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선수단에 흘렸습니다. 감독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3대 감독 인선을 놓고 배구계에는 무성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결론은 서남원 감독이었습니다. 서 감독은 구단 고위층의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단장과 일부 실무진, 그리고 일부 배구계의 추천 의견으로 감독에 선임됐습니다.

하지만 이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선수권력은 이미 수년 동안 단단해진 상황이었습니다. 감독의 지도방식에 불만이 생기면서 선수들은 반발했고, 결국 팀을 이탈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선수가 팀을 나간 건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조송화의 이탈 이후 김사니 코치까지 따라서 팀을 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 이후 팀을 나갔다가 구단주의 지시로 16일 페퍼저축은행전을 앞두고 프런트의 차로 광주에 내려왔습니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물과 기름처럼 분리돼 있었습니다.

이후 경기는 IBK기업은행의 승리로 끝이 났고, 두 사람은 다시 기흥 연수원으로 올라왔다가 두 번째로 팀을 이탈했습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구단에서 있을 수 있는 행동인지 의심스럽습니다.

IBK기업은행은 20일 현대건설과 경기를 펼쳤고 1-3으로 패했습니다. 경기 후 서남원 감독은 경질 통보를 받고 짐을 꾸려 팀을 나갔고, 21일에는 서 감독과 윤재섭 단장 경질 발표가 났습니다. 오후 훈련부터는 김사니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IBK기업은행은 어떻게 해야 다시 배구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우선 틀린 순서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조송화를 임의해지 시키고 절대로 코트에 복귀시켜서는 안됩니다. 김사니 코치도 당장 해임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일단 항명 파동부터 처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나서 감독과 단장의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순서가 틀렸지만 항명 파동을 정리해야 합니다.

또한 구단은 선수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조사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었던 선수는 징계가 필요합니다.

이와동시에 하루 빨리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합니다. 그 이전에 프런트 전원을 교체하고, 지원스태프 전원의 일괄사표를 받아 새 감독에게 쥐어줘야 합니다. 감독은 선수단 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수는 감독의 지도력 안에 있는 존재입니다.

단장 선임도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IBK기업은행은 단장 공석 기간이 길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또한 이번에는 되풀이되선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구단주는 단장 외에 다른 곳의 보고나 정보에 흔들려선 안됩니다. 오직 단장의 보고만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이 올바로 섭니다. 지금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모두 이렇습니다. 구단주가 단장을 절대 신뢰하고, 단장이 감독과 소통을 통해 구단을 튼튼하게 이끌어갑니다. 선수는 감독과 단장, 그리고 사무국의 지원하에 훈련에 임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구단이 가야할 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팀을 이탈한 선수와 코치를 품는다면 IBK기업은행은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됩니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이 참에 재창단의 각오로 팀을 바닥부터 완전히 새롭게 다지고 간다면 10년 아니 20년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지금 미적거린다면 IBK기업은행은 더 이상 일어서기 힘들 것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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