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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포스트 김연경’ 없는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미래
홍성욱 기자 | 2021.08.17 12:08
한국 대표팀이 경기전 국가 연주 때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주장 김연경이 맨앞에 서 있다. (C)FIVB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4강이라는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놀라운 투혼의 산물이었습니다.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케냐,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을 차례로 눌렀고, 8강전에서는 터키에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2년 뮌헨대회 4강, 1976년 몬트리올대회 동메달, 2012년 런던대회 4강에 이어 네 번째 올림픽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1970년대 두 대회에서 한국은 속공으로 무장했습니다. 높이와 파워를 앞세운 당시 소련과 헝가리 등 강국에 맞설 무기였습니다.

이후 유럽과 미주 지역 국가들이 큰 키를 바탕으로 스피드까지 갖추면서 한국은 올림픽 무대와 점점 멀어졌습니다.

다시 한국 여자배구가 힘을 낸 건 무려 36년이 지난 2012년이었습니다. 4강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가장 큰 이유는 김연경의 등장이었습니다. 김연경은 192cm 신장에 강력한 파워, 그리고 수비와 블로킹까지 모든 부분에서 기여하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습니다. 김연경은 대회 MVP로 선정됐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었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뭉클했던 장면은 수비 때였습니다. 보통 공격수들은 수비 때 상대 공격수들의 루트를 계산하고 미리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좌우로 움직이며 수비에 임합니다. 자주 몸을 던지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공격에도 지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체력 안배를 합니다. 힘을 남겨 다음 플레이에 대비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경은 다음 플레이를 신경쓰지 않고 그냥 몸을 던지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김연경의 처절한 라스트 댄스’가 떠올랐습니다.

후회없는 경기를 마친 김연경은 귀국 이후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에는 김연경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당장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포스트 김연경 시대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많은 배구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포스트 김연경’에 대한 해답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공통으로 들린 얘기는 ‘없다’였습니다. 김연경을 대신할 선수도 없고, 김연경 같은 선수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배구는 다시 국제대회에서 암흑기를 만날 것 같습니다. 김연경 한 자리가 너무 컸기에 그 빈자리를 다른 선수로 대신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은 우선 신장 열세와 다시 마주해야 합니다. 김연경과 더불어 김수지와 양효진까지 동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레프트 한 자리에 센터 두 자리가 비었습니다.

센터는 박은진이 있고, 남은 한 자리는 경합이 필요합니다. 레프트는 기존 박정아와 더불어 강소휘와 이소영이 우선 떠오릅니다. 하지만 신장의 열세를 스피드로 극복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김연경의 존재감과 팀워크였습니다. 그리고 선발로 나선 선수들의 신장이 단단히 한 몫을 했습니다.

현재 한국배구는 일본처럼 빠르면서 자기 몸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큰 키에 파워를 겸비한 것도 아닙니다. 어정쩡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에이스가 빠지면서 방향성을 잃었습니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30년을 넘겨서는 안됩니다.

단기 계획으로는 어렵고,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손을 잡고 ‘포스트 김연경’을 찾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0년 혹은 20년 안에라도 김연경 같은 선수가 탄생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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