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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한국이 VNL에서 완패했던 나라들을 도쿄올림픽에서 차례로 누른 이유
홍성욱 기자 | 2021.08.05 10:45
터키에 승리하며 4강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C)FIVB

도쿄올림픽에 앞서 지난 5월 25일부터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2021 FIVB(국제배구연맹)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 펼쳐졌습니다. 한국은 여자부 16개국 가운데 15위에 머물렀습니다. 성적은 3승 12패였습니다.

한국은 태국, 세르비아, 캐나다에 승리했고, 나머지 12경기는 모두 패했습니다.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만날 상대인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등 경쟁자들에게는 모두 0-3 완패를 당했습니다.

세르비아에 거둔 승리가 큰 힘이 됐지만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성적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룬 것 또한 VNL 데이타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한국 대표팀에게 VNL은 목표 대회가 아니었습니다. 올림픽으로 가는 여정 가운데 하나였고, 훌륭한 모의고사였습니다. 더구나 VNL은 3일 연전 이후 한 주를 쉬고, 다시 3일 연전을 펼치는 험난한 일정이었습니다. 한국은 선택과 집중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엔트리 전원이 경기에 나눠 투입됐습니다. 체력 안배와 더불어 최종 엔트리 구성을 위한 작업이 펼쳐졌습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VNL에 앞서 “올림픽 최종 엔트리 12명 가운데 1명만 확정했다. 김연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김연경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 11명을 선발하기 위한 과정이 바로 VNL이었습니다.

VNL 성적이 저조했던 원인은 3일 연전 이라는 방식도 있었지만 멤버 구성도 원인이었습니다. 한국은 주전 라이트 김희진이 왼쪽 무릎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잠시 이탈해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주전 센터 김수지는 복근 파열 부상으로 역시 VNL에 불참했습니다. 레프트 강소휘도 발목 수술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습니다.

또한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은 학교폭력으로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한국은 VNL에서 새로운 멤버들이 조화를 이루며 국제대회에 적응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대회를 마친 이후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 최종 엔트리 12명 선정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세터의 경우, 토스 자체만 보면 김다인의 볼줄이 좋았지만 염혜선과 안혜진을 선발했습니다. 경험과 더불어 블로킹 높이를 감안한 현실적인 판단이었습니다.

라바리니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건 센터였습니다. 이미 도쿄올림픽 주전 라인업을 결정한 상황에서 센터 한 자리를 놓고 고민이 깊었습니다. 경험 많은 한송이의 선발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박은진이었습니다.

이는 VNL 과정 속에 답이 있습니다. 박은진은 VNL에서 날카로우면서도 성공률 높은 서브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냈기 때문입니다.

라바리니 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상대를 누르기 위해서는 키가 큰 선수들로 블로킹 벽을 쌓고, 강하고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든다는 기본 계획에 충실했습니다. 박은진의 서브 또한 쓰임새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선발이라는 모험을 강행했던 겁니다.

한국 대표팀에 있어 VNL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올림픽을 위한 장면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핵심 몇 장면을 선택해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을 위해 담았습니다.

또한 VNL을 마친 후 경상남도 하동에서 코호트 훈련을 진행하며 부상으로 이탈했던 김희진과 김수지의 몸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김수지는 100%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고, 김희진은 정상적인 점프는 가능했지만 반복 점프 때는 높이가 내려온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선택은 김희진이었습니다. 감독의 게임 구상과 확신, 그리로 플랜A와 B에 대한 판단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새로운 조직력을 만들었습니다. 멤버도 정예화 됐습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에 나섰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결과를 가져온 이유입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 브라질전은 0-3 완패였습니다. VNL에서도 0-3 완패였는데 이번데도 세트 획득에는 실패했습니다. 두 번째 상대는 케냐였습니다. VNL에 나서지 않았던 케냐에 3-0 완승을 거두며 한국은 분위기를 가다듬었습니다.

세 번째 상대는 도미니카공화국이었습니다. 2019 배구월드컵에서 1-3으로 패했고, 5월 VNL에선 0-3으로 패했던 난적이었습니다. 결과는 3-2 승리였습니다. 한국은 김연경의 활약 속에 박정아가 힘을 내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박정아는 김연경과 대각에 섭니다. 김연경이 후위로 빠지면 박정아가 전위로 올라와 공격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이 부분에서 빈틈이 없었기에 한국이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운명의 한일전. 한국은 다시 힘을 모았습니다. 절대 질 수 없다는 집중력이 파이널세트 12-14에서 연속 4득점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김연경의 존재감 속에 다시 한 번 박정아의 전위 득점이 이어졌습니다. 노련한 득점까지 나왔습니다.

8강에 진출한 한국은 난적 터키를 상대했습니다. VNL에서 1-3으로 패했던 상대입니다. 당시 한국은 1세트를 따낸 이후 흐름을 내주며 패했었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에이스 김연경이 28점을 올리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가운데 박정아가 16점, 양효진이 11점을 거들었습니다. 김희진의 알토란 9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파이널세트 9-10에서 김연경의 강타로 10-10 동점을 만들 이후, 박은진의 두 차례 날카로운 서브가 김연경의 다이렉트 킬 득점으로 이어지며 12-10 우위를 가져온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여자배구는 1976 몬트리올(동메달), 2012 런던(4강)에 이어 다시 한 번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한국은 6일 오후 9시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을 다시 만납니다. 꼭 한 번씩은 20점대 접전을 펼쳤던 상대입니다. 집중력으로 이를 이겨낸다면 해볼만 합니다.

한국은 이미 하루하루가 다르게 조직력이 다져지고 있는 팀입니다. 에이스 김연경이 이끌고 박정아와 김희진이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양효진, 김수지에 이어 박은진까지 중원에서 활약합니다. 염혜선 세터의 조율 속에 안혜진 세터가 조커 역할에 나서고 있고, 오지영 리베로가 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소영, 표승주, 정지윤 또한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 준비를 마쳤습니다.

한국은 8강을 돌파해 4강이라는 목표를 뚫었습니다.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봅니다. 배구 팬들과 국민들의 응원이 대표팀을 향하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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