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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흥국생명, 그리고 이재영ㆍ이다영 자매가 할 일
홍성욱 기자 | 2021.07.01 14:59
흥국생명 김여일 단장(왼쪽)과 이재영, 이다영. (C)KOVO

하루 전날인 6월 30일은 프로배구 새 시즌을 앞두고 1차 선수등록을 마감하는 날이었습니다.

배구계의 주된 관심사는 흥국생명이 학교 폭력 가해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재영과 이다영에 대해 과연 등록을 할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결과는 당연했습니다.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는 4개월 전에 나왔어야 할 발표 사항입니다. 하지만 4개월 넘도록 흥국생명과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입장발표라는 게 전혀 없었습니다.

그 사이 흥국생명 구단은 이재영의 등록과 출전을 구상하며 추진했고, 이다영에게는 연봉을 상당액 보전하며 해외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복수의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에서 뛸 수 있는 구단을 타진한 것도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흥국생명 김여일 단장은 두 선수의 등록이 불가피하다며 6월 22일 이사회에서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등록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여론은 악화됐습니다. 피해자의 인터뷰가 MBC에 보도되고, 팬들의 트럭 시위에 이어 불매운동까지 시작될 움직임이 보이면서 흥국생명은 그제서야 두 선수를 등록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언론의 집중포화 또한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기 전에 대처하지 못한 건 미련하다 못해 한심했습니다. 상황을 파악하는 감각이 상실된 때문입니다.

흥국생명은 배구계 전체에 큰 죄를 지었습니다. 지난 시즌 최고 전력을 구축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쭐했지만 스타플레이어를 관리할 줄 몰랐고, 구단이 보유한 모든 선수를 세세히 돌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표명을 하지 않고, 누구 하나 나서서 얼굴을 드러내고 사과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박춘원 구단주가 입장문 서두에 이름을 올렸을 뿐입니다.

모든 매체가 기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그 흔한 기자회견 한 번도 열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할 수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여기서 손을 털면 안됩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입니다. 구단이 이번 미등록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프런트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마땅한 사람이 내부에 없다면 외부수혈을 해서라도 기둥을 세워야 합니다.

또한 투명하고, 공정한 구단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재영과 이다영에 남은 대응도 이전처럼 질질 끌려가지 말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흥국생명은 두 선수 관리 및 전체 선수 관리에 실패했지만 구단 또한 두 선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도 잘 점검해야 합니다.

남은 선수들의 사기 또한 살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6월 29일. 베스트 멤버로 나선 흥국생명은 국가대표 4명이 빠진 IBK기업은행과의 연습경기에서 0-4로 완패했습니다. 이번 시즌 선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 흥국생명에 중요한 건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감 없이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선수들의 표정을 바꿔 놓는 일이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배구단 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과거 팀을 떠난 선수 가운데 아픔이 있었던 선수는 없었는지 돌아보고, 조치해야 합니다. 

흥국생명은 이번 일을 계기로 왜 배구단을 운영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실업배구부터 프로배구까지 수십년을 이어온 구단이 이렇게 운영된다는 건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이재영과 이다영 자매 또한 피해자를 만나고,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 피해자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이후에 배구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추가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부분 또한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본인들이 생각할 때 용서를 구할 사람이 더 있다면 피해자가 나서지 않더라도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배구공을 만질 때가 아닙니다.

전날까지 흥국생명 소속이던 이재영과 이다영은 구단의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 상태였습니다. 이제 소속구단이 없어졌다고 해서 출전정지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흥국생명 구단이 내린 어정쩡한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는 사실상 솜방망이 징계였습니다. 구단이 두 선수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걸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재영과 이다영 두 선수가 당장 신분이 자유로워졌다해서 해외리그로 도피하는 건 있을수도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대한민국배구협회의 국제이적동의서 발급 절차를 건너 뛰고 해외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건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행동입니다.

팬들이 마음으로 내린 출전정지 징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배구계에 큰 누를 끼친 두 선수와 흥국생명 구단 간의 분쟁은 없어야 합니다. 며칠 안에 깔끔하게 정리하고, 구단과 두 선수 모두 속죄의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이후에도 흥국생명과 두 선수가 추한 꼴을 보인다면 용서라는 단어는 영영 꺼내들 수 없을 겁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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