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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0.917
홍성욱 기자 | 2021.02.15 12:30
텅빈 관중석 사이로 코트에서 배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C)KOVO

주로 극지방에 있는 거대한 빙산은 91.7%가 물속에 잠겨있습니다. 수면 위로 보이는 부분은 전체 얼음덩어리의 고작 8.3%뿐입니다. 대부분은 수면 아래 자리해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프로배구를 바라보면서 빙산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빙산 위를 깎아 코트를 만들고 그 위에 네트를 세워 경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 마저도 녹아내릴 것 같은 불안한 마음입니다.

조금만 더 빙산이 녹는다면 얼음덩어리가 와르르 부서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깁니다. 코트에 서는 선수들이나, 서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불안하고, 두렵기는 마찬가지일겁니다.

학교 폭력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는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삶의 응어리로 남아있었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무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가 활개 치는 모습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지켜봐야 했습니다.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습니다. 힘든 삶에 대한 고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아픔들이 눈물처럼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피해자들이 모든 응어리를 풀어낼 시간입니다. 가해자도 마음에 담아뒀던 불안함과 미안함을 모두 고백하고 사죄해야 할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피해자에게는 배구계 전체의 위로가 전해져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또한 원한다면 물질적인 보상도 동반돼야 합니다.

과거 학교 폭력에 대한 치유, 현재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 나아가 미래 학교 폭력 근절이라는 토대 또한 만들어져야 하겠습니다.

코트는 다시 이전의 활기를 찾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치유와 회복은 모두가 함께하는 노력 속에 이뤄질 것입니다. 또한 학교 때부터 이어져 프로배구까지 계속되는 합숙 생활도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개선책도 논의가 필요합니다. 모든 폭력은 합숙 생활과 연관이 큽니다.

지금은 수면 아래 있던 91.7%를 찬찬히 들여다봐야 할 시간입니다. 그 영역이 허물어질 때 코트는 비로소 평온을 되찾을 것입니다.

아직 시즌이 한창입니다. 당장 내일부터 배구 경기는 계속됩니다. 상처와 아픔 속에 선수들은 부담감을 갖고 코트에 섭니다. 이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 또한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어쩌면 다음다음 문제일 것입니다. 승부에 대한 정당성과 진정성 앞에 우리는 위로와 치유, 용서와 화해라는 가치를 더 우선시해야 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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