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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빠져나온’ 차지환 “인내가 나를 바꿔놓고 있다”
홍성욱 기자 | 2021.01.15 09:43
차지환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C)KOVO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201cm 장신 레프트인 차지환은 인하사대부고와 인하대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던 선수였다. 센터로도 부족함이 없는 키에 배구 실력도 좋았다. 인하대 3관왕의 주역이었다. 프로에서 적응만 잘하면 리그를 주름잡는 선수가 될 것으로 많은 관계자들이 기대하고 있었다.

2017-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OK금융그룹에 지명될 때만 해도 차지환은 탄탄대로에 진입하는 듯 했다. 하지만 프로는 아마추어와 전혀 다른 무대였다. 모두가 그 벽을 실감하듯 차지환 또한 그 과정을 거쳤다.

차지환은 경험 많은 선배들 사이에서 데뷔 시즌 24경기에 출전했다. 송명근과 송희채가 팀내 확고한 기반이 있었지만 조금씩 프로무대 맛을 보는 단계였다. 2018-2019시즌은 외국인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의 부상 결장으로 19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활약은 분명 아니었다.

차지환은 이후 상무에 입대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2일 전역 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OK금융그룹은 1라운드 전승 이후 2라운드부터 페이스가 조금씩 떨어지는 상황에서 차지환의 합류로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차지환은 의욕에 비해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마음이 앞섰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석진욱 감독은 차지환의 몸을 빨리 만들기 위해 육성군으로 보냈다.

OK금융그룹 육성군은 일명 ‘특공대’로 불린다. 윤여진 코치가 전담하면서 선수들의 업그레이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찬울, 함동준, 문지훈 등 신인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육성군에 합류한 차지환은 묵묵히 몸만들기에 나섰다.

석진욱 감독은 이런 차지환의 자세부터 달리 봤다. 석 감독은 “(차)지환이가 군소리 한마디 없이 육성군에서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이미 마음가짐이 달라진 차지환을 석 감독은 읽고 있었던 것.

석진욱 감독이 차지환을 육성군에 보낸 의도를 차지환도 정확히 알아차리고 있었다.

차지환은 “사실 상무 때는 개인 시간이 많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몸을 잘 만들 수 있지만 제가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활용도 잘 못했습니다”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소속팀으로 돌아온 직후 차지환은 정신이 확 들었다. 다시 온 프로무대는 적응도 어렵지 않았다. 그는 “돌아오고 나서 제 스스로가 주눅들지 않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의 배려가 느껴지고 팀 분위기도 자율적으로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이전에 선후배 문화가 강조됐다면 요즘은 형들이 직장 동료처럼 존중해주면서 챙겨주시더라고요. 진짜 고맙고, 또 배구도 잘됩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석진욱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 뎁스 강화에 나섰다. 몸이 아픈 선수들은 재활과 회복에 집중시키고, 나머지 선수들로 경기를 운영했다. 또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10일 현대캐피탈전 1세트와 2세트를 내준 직후 석진욱 감독은 선수들을 모두 불러모은 뒤 “3세트에 나가서 뛰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라고 말했다.

자신있게 손을 든 선수가 차지환과 김웅비였다. 석 감독은 출전지시를 내렸다. 이날 경기 묵묵히 활약한 차지환은 이후 팀 훈련도 성실하게 임했다.

석 감독은 13일 팀 미팅 때 14일 한국전력전 선발 명단을 발표하며 차지환을 호명했다.

차지환은 기대에 부응했다. 14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14점(공격성공률 32.1%)을 기록했다. 블로킹 3득점과 서브 2득점이 포함됐다. 리시브도 27개 가운데 8개를 정확히 올리는 등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공격보다 리시브가 더 눈에 들어왔다.

차지환은 “제가 입대 전까지는 과거에 빠져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제 탓인데 남 탓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제가 저를 잘 압니다. 그렇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걸요. 인내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플레이가 달라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저 공만 때리는 사람이 아닌 리시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으로 바꿔지더라고요. 이제야 톱니바퀴가 도는 것 같습니다”라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서브 2득점을 말하면서도 웃음을 보였다. 차지환은 “감독님이 ‘니 서브는 아무도 기대 안하니 그냥 자신있게 때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제가 부담을 날려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차지환은 모처럼 쉬는 날인 15일 웨딩 촬영에 나선다. 지난해 이미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당시 상무 시절이어서 결혼식 날짜는 올해 5월로 미리 정해뒀던 것.

차지환은 “아내가 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경기를 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내의 열매를 따기 시작한 차지환. 그의 배구 인생 2막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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