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배구 V리그
‘눈물 참은’ 신영석 “현대캐피탈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팀”
홍성욱 기자 | 2020.12.03 10:45
경기 도중 박철우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신영석. (C)KOVO

[스포츠타임스=천안, 홍성욱 기자]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팀인 것 같아요.”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천안유관순체육관 코트에 선 신영석은 인터뷰실에서도 눈물을 겨우겨우 참았다.

그는 2016년 1월부터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우승도 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활약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정규리그 MVP도 수상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주장까지 맡았다.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소중한 추억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신영석은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상대 코트의 옛 동료들과 마주했다. 경기 도중 최태웅 감독과도 눈이 여러 차례 마주쳤다.   

신영석은 “전날 코트적응 훈련을 마치고 나갈 때, 감독님을 만났습니다. 천안에서 자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신영석은 “제 심정을 잘 아시니…”라고 말 끝을 흐렸다. 더 이상 표현하기 힘든 것 같았다.

그는 잠을 설쳤다. “항상 하던 곳 반대편에서 과연 내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결론은 밝게 뛰어다니며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신영석은 “그렇게 하는 것이 현대캐피탈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경기는 한국전력의 3-1 승리였다. 아주 기쁜 승리는 아니었다. 신영석은 “미안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기분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요. 마음이 불편합니다. 오늘은 인터뷰도 힘드네요”라고 했다. 평소 인터뷰를 척척 잘하기로 유명한 신영석에게도 이날 만큼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중했다.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건 팀이 아닌 지금 동료 선수였다. 그 때 신영석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신영석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팀을 위한 길이라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언젠가는 떠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죠. 다만 팀이 좀더 좋은 상황에서 떠났다면 마음이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겁니다. 주장이었던 제게도 실망을 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27일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에 승리하자 신영석은 “너무 좋았어요. ‘이 팀이 성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늘 이슈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혼자가 아닌 친구 황동일과 함께 이적한 점이었다. 신영석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바뀌며 말을 이었다.

그는 “혼자 갔으면 더 외로웠을 겁니다. 동일이도 저를 알고, 저도 그 친구를 잘 알아서 이번에 서로에게 도움이 됐어요. 아직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동일이와는 앞으로 찢어지지 않고 계속 같이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캡틴이었던 신영석은 한국전력으로 오면서 완장을 벗었다. 홀가분했다. 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신영석은 “주장이 아니라서 정말 홀가분합니다. 또 6년 동안 팀에 선배가 없었어요. 이적해서 (박)철우형이 있으니 정말 적응이 잘 됩니다. 형이 다가와주니 너무 든든합니다. 앞으로 후배들 이끌면서 철우형 밀어줘야죠”라고 웃어보였다. 이날 인터뷰 시간 동안 신영석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신영석은 “(최)민호가 제 주장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전부터 고민을 모두 나누는 사이라 요즘 일주일에 5일은 연락을 하는 것 같아요. 경기 전날도, 경기 당일에도 배구 얘기와 개인적인 고민을 나눴습니다. 민호는 친구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형 같은 존재로도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아주 기쁜 승리는 아니었다고 했지만 팀의 5연승은 신영석도 반가웠다.

그는 “늘 목표는 우승입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저도 힘들 때 우승을 해봤습니다. 그 역할 중심에 서고 싶습니다. 챔피언결정전을 처음 치를 때는 두 시간 마다 잠이 깼어요. 하지만 두 번째 챔프전 때는 즐기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이제 한국전력에서 끌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영석은 “장병철 감독님이 책임감도 주시고, 맡겨주십니다. 부담감 있지만 열심히 하려 합니다. 한국전력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저도 기대하면서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실을 나온 신영석에게 울컥한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돌려 “정말 몇 번 울뻔했습니다”라며 구단 버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신영석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존
PREV NEXT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