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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명’ 김재남 “군대 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홍성욱 기자 | 2019.09.17 12:18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왼쪽)이 김재남에 유니폼을 건네고 있다.(C)KOVO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군대 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2019-2020 KOVO 남자배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16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

전체 참가 선수 43명 가운데 29명이 지명을 받은 상황에서 사회자의 종료 멘트가 흘러나왔다. 

오른쪽 끝에 자리한 참가 선수석은 빈 틈 없이 앉았던 시작 때와 달리 빈자리가 더 많았다. 남은 14명은 정장 상의를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때 였다.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이 타임을 불렀다. 그리고는 자리를 박차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바로 마이크 앞에 선 신 감독은 “명지대학교 김재남”을 호명했다. 

순간, 김재남은 잰걸음으로 단상을 향하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양복 상의를 내 던지듯 벗어 놓고 단상으로 뛰어나갔다. 

눈이 부실 듯 환한 조명 앞에 김재남이 서자 신진식 감독은 유니폼을 건넸다. 송윤석 단장은 꽃다발을 전하며 반겼다. 

그리고 김재남은 사진촬영 후 건너편 지명된 선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과 2분 만에 그는 프로 지명선수로 위치가 바뀌었다. 

행사 종료 후 김재남을 찾았다. 그의 첫 마디는 “어벙벙 합니다”였다. 

이어 “끝난 줄 알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군대 갈 생각을 했어요. ‘이제 배구를 쳐다도 보지 말아야 겠구나’라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어두운 자리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뛰어나갈 때 최고의 기분이 들었습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세터 포지션인 김재남은 186cm로 장신에 속한다. 수비 능력도 좋다.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측면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잔부상으로 지속적인 훈련을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그의 가능성을 본 신진식 감독은 최대 5명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고민 끝에 김재남까지 6명을 선발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재남은 “신진식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팀 색깔에 맞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감격한 듯 했다.

신진식 감독은 “김재남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팀에 와서 잘 따라오면 많이 늘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재남에게 2019년 9월 16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됐다. 그는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내면서도 확률은 반반이라 생각했다. 냉혹히 보면 안 될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드래프트 전날 잠을 설쳤고, 아침식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현장에서 동기들 그리고 동생들의 이름이 불릴 때는 착잡한 심정이 엄습했다.

김재남은 “동료들이 단상을 향해 하나둘 나가면서 뭐라 표현 못할 마음이 들었습니다. ‘배구를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이름이 불리니 ‘그래, 나도 열심히 했어’라고 생각이 바뀌더라고요”라며 비로소 환한 웃음을 보였다. 

가족들이 일터에 있어 현장에 오지 못했다는 김재남은 “지명됐다고 문자 보낼 때 기분이 정말정말 좋았습니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김재남은 오는 시월말이면 경기도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프로선수 첫 발을 내딛는다. 지명은 마지막 서른 번째였지만 다시 똑 같은 출발선상에 서는 것.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저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김재남의 음성이 들렸다. 그의 의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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