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킴. (C)스포츠타임스DB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선수가 WKBL(한국여자프로농구) 무대를 갈망하고 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가드 애나 킴(Anna Kim/165cm) 얘기다.

1995년생인 애나 킴은 농구에 취미를 붙이며 학교를 다녔다. 캘리포니아주에선 가드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다. 그는 롱비치주립대로 진학해 4년 동안 주전 포인트가드로 뛰었다. 득점력도 인정받았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지명을 노렸지만 신장이 발목을 잡았다. 빠르고,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해마다 1천 명이 넘은 대학졸업 선수들 속에서 미국 프로팀의 지명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길은 있었다. 애나 킴은 대학 시절부터 WKBL 무대를 겨냥했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라 그 꿈은 쉽게 이뤄질 줄 알았다.

발목을 잡은 건 첼시 리 사태였다. 2015-2016시즌 KEB하나은행 소속으로 뛴 첼시 리는 국가대표로 뛰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혈통 사기극이 들통 났다. 후폭풍도 거셌다. 해외동포 선수 제도가 사실상 폐지됐다. 연맹은 이전까지 조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이면 뛸 수 있었던 자격을 없애고, 향후 동포선수가 한국에서 뛰기 위한 조건으로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내걸었다.

애나 킴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결국 대학 졸업 후 프로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현재 미국 워싱턴 대학(Washington University)에서 코치로 재직중이다. 여전히 한국무대를 꿈꾸며 훈련에도 성실히 임하고 있다.

실력은 검증이 끝났다. 지난해 7월 애나 킴은 한국에 들어와 국내 구단을 돌며 함께 훈련하고 연습경기에도 나섰다.

이를 지켜본 농구인들은 애나 킴이 WKBL 무대에서 충분히 주전 가드 혹은 백업 가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문제는 애나 킴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선수들의 WKBL 진출길이 막혀있다는 것. 해외동포 관련 규정 손질이 시급한 상황이다.

긍정적 신호도 있다. 이틀 전인 지난 24일 이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김소니아의 우리은행 복귀를 의결했다. 아버지가 한국인인 김소니아의 경우 서류상 문제가 없고, 이미 임의탈퇴 신분이었기에 큰 걸림돌 없이 복귀가 가능했다.

문제는 해외동포 선수에 대한 규정 손질이다. 선수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부모가 아닌 부모 중 한 쪽이 한국인일 경우 WKBL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해외동포 선수규정을 부활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더구나 남북교류 활성화가 구체적인 진전을 보일 경우, 북한 선수의 국내 무대 활약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

이사회 논의를 거쳐 해외동포 선수 규정이 변경될 경우, 애나 킴은 자유계약 혹은 해외동포 선수 드래프트 순번을 정해 국내무대에서 활약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애나 킴의 사례가 한 명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

괄목할 신인 선수가 해마다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동포 선수 규정 손질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애나 킴의 한국 무대 진출 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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