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4번 타자와 대한민국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이대호는 2012시즌부터 일본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겼다. 오릭스에서 2년 연속 24홈런과 91타점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타점왕과 베스트나인에 뽑힌 이대호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올 시즌을 앞두고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다.
'분석'과 '세밀'로 축약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대호. 그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인들의 시각을 파헤쳤다. <편집자주>
다카키 히로유키 코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홍성욱 기자) |
이대호의 포인트는 배트 컨트롤
다카키 타격코치는 이대호의 야구스타일에 대해 묻자 배트 컨트롤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이대호는 몸이 큰 선수다. 그런데 장점은 유연하다는 점이다. 공을 배트에 잘 맞힌다. 이대호가 큰 홈런 한방을 노리는 선수로 모두들 기대하고 계시겠지만 포인트는 배트 컨트롤이 뛰어난 선수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다카키 코치는 교타자 출신이다. 172cm 단신에 9번 타자 2루수로 기억되는 선수다. 발이 빠르고 수비가 뛰어났으며 작전수행능력이 탁월했던 우투좌타 선수였다. 그런 그에게 이대호의 배트 컨트롤 능력은 인상적이었다.
"이대호의 투구에 대한 적응력은 상당히 좋다. 빠른 공에 대한 대응은 뛰어났고, 배트 컨트롤을 통해 변화구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구 타이밍에 타격자세를 취하며 변화구까지 커버하는 이대호의 스타일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몸쪽 높은 직구는 모두의 적
이대호의 약점 혹은 보완점에 대해 물었다. 다카키 코치는 "타격코치가 보는 관점은 투수코치와 다르다. 이대호는 타격 면에서는 따로 지적할 약점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물었더니 "사실이다. 숨길 게 어디 있나. 다 드러나는데. 어떤 타자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몸쪽 높이 오는 빠른 직구가 가장 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몸쪽 높은 공은 투수들, 특히 수준급 투수들이 중심타자를 상대할 때 승부구로 많이 쓰는 코스다. 포수가 손을 위로 뻗어 잡을 만큼 아주 높은 코스로 볼을 던진 뒤, 바깥쪽으로 하나를 더 빼고나서 몸쪽 높은 공으로 공략하는 스타일이 많다. 타자의 시선 밖으로 공을 내보내 스윙이 나오지 않도록 하거나 범타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대호는 선구안이 좋은 타자다. 공을 오래보고 끝까지 보면서 스윙을 한다는 의미다. 밀어치기에도 능하다. 결국 모든 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몸쪽 높은 공에 대해서 적극 공략할 것인지 아니면 골라낼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선수다. 따라서 몸쪽 승부를 어떻게 가져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팬 입장에서 이대호 경기를 보는 재미라고 풀어냈다.
나에게 세이부는 부모님 같은 존재
다카키 타격코치는 1994년 세이부에 입단해 2008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곧장 구단 프런트로 일했고, 2012년 다시 코치로 현장에 복귀했다. 21년째 세이부 유니폼만 입었다.
다카키 코치에게 인생에서 세이부는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생각에 잠긴다. 눈가에 이슬이 보였다. "나에게 세이부는 부모님 같은 존재입니다. 항상 의지가 되는 이름입니다. 아마추어를 거친 뒤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부러웠다. '우리나라에 20년 이상 한 구단에 몸담으며 구단을 부모님처럼 의지하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금방 떠오르는 선수가 없었다. 잠시 후 LG 유지현 코치가 생각났다. 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카키 코치가 4번 타자 나카무라에게 타격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홍성욱 기자) |
코치는 선수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
그에게 어떤 지도철학이 있는지 궁금했다. "코치가 일방적으로 시키거나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선수가, 그것도 프로선수가 무엇을 물어본다면 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하면서 조언을 해주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다카키 코치가 말했다.
코치는 선수의 질문에 답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세이부 선수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나카무라나 구리야마 같은 좋은 타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카키 코치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정말 재미있는 질문인데 난감하네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라며 다시 웃는다. 그러더니 "처음 공개합니다만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포수 가운데 모리라는 선수가 있어요. 고등학교를 나온지 얼마 안됐지만 경험을 더 쌓으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카키 코치는 세이부 선수들이 이기고자하는 의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꼭 이기고 말겠다는 투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투지를 키워주는 것도 자신의의 몫이라고 했다. 그를 만나고 돌아설 때 마음속에 열정이 생겼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 다카키 히로유키 코치는?
1972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출생한 다카키 히로유키 코치는 세이부에 입단해서 14시즌 동안 1002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2할 5푼 6리를 남겼다. 2002년에 베스트나인과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뻤던 순간은 2004년 재팬시리즈 우승이라고 답했다.
팀의 2루수로 활약했던 그는 유격수 마쓰이와 키스톤콤비로 활약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다카키는 시력장애와 무릎 통증으로 2005 시즌부터 내리막을 걷는다. 의지로 다시 부상을 딛고 일어서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이전의 기량을 되찾지는 못했다.
2008년 9월 28일. 정든 세이부돔에서 은퇴를 하던 날 동료들은 그를 2루 수비위치로 데려가 네 차례 헹가래로 기념하며 떠나보냈다.
▲ 지금 이대호는?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9월 22일 현재 77승 55패 6무(승률 0.583)로 퍼시픽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오릭스와는 2.5게임차. 이대호는 팀이 치른 138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3할4리(542타수 165안타)와 18홈런 6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타격 6위, 최다안타 2위, 홈런 8위, 타점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30위권 밖에 있던 득점권 타율도 2할5푼5리(22위)까지 올라왔다.
이대호는 9월 들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9월 10일 니혼햄 원정에서 2루타 2개를 터뜨렸다. 특히 1-1이던 7회 2루타로 팀의 승리를 부르는 타점을 올렸다. 13일 지바롯데전에서는 2-2 동점인 4회말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결정냈다. 14일에도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대호는 16일 오릭스전에서 니시 유키를 울리는 장쾌한 3점포를 터뜨렸다. 3일 만에 터진 시즌 16호였다. 앞선 타자 우치카와 세이치를 걸리고 자신과 승부를 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는 걸 알려주는 한 방이었다.
다음 날인 17일에도 이대호는 0-2로 뒤진 4회초 오릭스 에이스 가네코를 두들겨 동점 2점포를 가동하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0일 세이부 원정에서도 1회초 2점 홈런으로 시즌 18호를 기록한 이대호는 21일에도 2안타 1타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며 세이부돔 1루 쪽에 자리한 원정팬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현재 정규시즌 6경기만을 남긴 이대호는 23일부터 라쿠텐과 4연전을 갖는다. 이어 28일 니혼햄, 10월 2일 오릭스와의 마지막 경기로 시즌을 마치고 클라이막스 시리즈에 돌입한다.
▲ 이대호의 사랑의 쌀 나눔…글러브의 주인공은?
이대호는 이번 시즌 들어 홈런을 터뜨릴 때마다 비거리(미터)를 무게(킬로그램)로 바꿔 소외가정 아동에게 쌀을 기부하는 사랑의 쌀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평소에도 비시즌에 연탄배달을 하는 등 참여하는 기부를 이어왔던 이대호는 시즌 중에도 기부프로그램을 이어가고자 사랑의 쌀 나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캠페인은 네티즌도 동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9월 네티즌 콩경매 캠페인은 글러브 1개와 사인공 5개가 선물로 마련됐다. 경매 마감시한은 오늘(22일) 밤 11시다.
사이타마=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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