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가 2009 동아시안컵 추가시간에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C)대한축구협회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한국 축구는 중국을 만나면 펄펄 날았다. 지금까지 30번 맞대결에서 17승 12무 1패로 절대 우세를 보였다. 한 경기 한 경기를 펼치며 쌓은 우위는 중국 입장에서 ‘공한증’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 한국이 9월 1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다시 만난다. 31번째 대결이다. 지금까지 전적의 연장선상에 있다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이라는 무게감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1978년 첫 대결 이래 한국의 절대적인 우세 속에 이어져온 한중전 가운데 인상적인 장면을 돌아봤다. 역대 한중전의 과정은 치열했고, 극적인 승리와 아쉬운 무승부도 많았다. 항상 거칠었던 중국을 맞서며 상처도 남았다.

한중전은 한국이 중국보다 축구에선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 궤적을 쫓았다.

▲ ‘공한증’의 시작은 차범근 발끝에서

중국 축구가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8 방콕 아시안게임'이다. 한국과 중국은 이 대회 2차 리그에서 처음으로 맞대결했다. 당시 서독 분데스리가 진출을 앞두고 있던 차범근이 후반 2분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차범근의 처음이자 마지막 중국전이었고, 중국으로서는 30년 이상 계속된 기나긴 '공한증'의 시작이었다. 한국대표팀이 30차례 이상 싸우고도 1패 밖에 없는 팀은 중국이 유일하다.

▲ 3골 앞서다 3골 먹고 무승부

1983년에 태국에서 열린 LA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과 중국이 맞붙었다. 박종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 멤버 중심으로 꾸려진 한국은 김종건의 2골과 신예 스타 김종부의 쐐기골로 후반 초반까지 3-0으로 쉽게 앞서나갔다. 그러나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했던 어린 나이의 수비진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세 골을 잇달아 실점하며 황당한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 삼손의 머리에서 터진 최종예선 결승골

한국과 중국은 30차례 맞대결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최고조로 상승하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맞붙은 것은 지금까지 딱 한번 뿐이다. 198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었다. 한국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삼손’ 김주성의 헤딩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둬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 아! 황선홍

'1998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출정식을 겸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중 정기전.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전력의 50%”라고 평가받던 스트라이커 황선홍은 전반 14분에 중국 문전으로 쇄도하다 중국 골키퍼와 충돌한 뒤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쓰러지고 말았다.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프랑스로 출국했지만 황선홍의 월드컵 출전은 결국 좌절됐다. 이 경기 후 중국 축구는 거칠다는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한국 팬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 중국전에서만 두 번 퇴장당한 홍명보

지금까지 중국과의 경기에서 나온 퇴장은 세 차례였다. 이중 두 번을 홍명보가 받았다. 깔끔하고 매너 있는 플레이로 보통 경기에서는 경고도 거의 받지 않던 홍명보가 136 차례 A매치를 통틀어 중국전에서만 두 번의 퇴장을 기록한 것이다. ‘1992 다이너스티컵’에서는 쓸데없는 보복 파울로, ‘2000 레바논 아시안컵’에서는 심판의 페널티킥 선언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 ‘을용타’의 추억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이을용은 지금도 인터넷에 이름을 치면 ‘을용타’가 연관 검색어로 뜬다. 2003년 일본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안컵에서 중국 선수가 뒤에서 거칠게 밀치자 화가나 뒤돌아서며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 중국 선수를 가격한 뒤 두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는 이을용의 표정은 중국 선수들이 난폭한 플레이를 할 때마다 한국 축구팬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사진으로 활용된다.

▲ 상대 3명 퇴장에도 무승부 치욕

2005년 대전에서 열린 제2회 동아시안컵 개막전에서 한국과 중국이 맞대결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중국 선수의 퇴장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았지만 경기를 압도하지 못했다. 급기야 후반 들어 먼저 한 골을 허용한 뒤, 김진규의 프리킥 골로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이후 중국 선수 2명이 더 퇴장 당해 8명과 11명이 싸우는 상황까지 왔으나 추가골을 따내지 못하고 치욕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 '2008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추가시간 역전골을 넣은 곽태휘.

최고 명승부는 2008년의 3-2 역전승이다. 30차례 한중전을 통틀어 최고 명승부로 기억되는 매치는 2008년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맞대결이다. 한국은 전반 43분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분과 16분에 연속골을 허용해 역전 당했다. 그러나 후반 30분 박주영이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고, 추가 시간에 곽태휘가 대포알 발리슛을 터뜨려 3-2로 재역전해 승리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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