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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낭트⑥] 한국 승리에 쇼핑하던 나이지리아 망연자실
홍성욱 기자 | 2016.06.16 12:08
한국 선수들이 벨라루스에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C)대한농구협회

[스포츠타임스=낭트(프랑스), 홍성욱 기자] 한국 여자농구가 낭트에서 승전보를 전했습니다. 15일 유럽의 강호 벨라루스를 상대로 66-65로 승리를 거두며 조별리그 성적 1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속한 C조는 세 팀 모두 1승 1패가 됐지만 골득실로 순위를 가려 2위가 된 한국이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전날 나이지리아에 69-70으로 패하며 예선 탈락 위기에 처했던 대표팀은 하루 만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의아했던 건 한국과 벨라루스전이 열린 15일 메트로폴리탄 스타디움에 나이지리아 관계자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이 승리하면 탈락하는 상황인데도 ‘그럴 리는 없다’는 판단을 했던겁니다.

나이지리아는 13일 벨라루스전에서도 한국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승부가 사실상 기울어진 4쿼터 중반 이후에도 베스트 멤버를 고집했습니다. 다음날 한국과의 경기는 신경 쓰지 않았던 거죠.

15일 한국이 벨라루스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는 사이,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유유히 쇼핑에 나섰습니다. 16일은 휴식일이고, 17일 8강 토너먼트가 이틀 뒤라고 알아서 판단했던 겁니다.

하지만 태극낭자들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느라 다리가 끌릴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결과 66-65로 기어코 1점차 승리를 따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 나이지리아, 벨라루스는 같은 호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회운영본부에서 배정한 낭트 도심 북쪽의 웨스토텔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을 때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이후 풀이 죽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힘이 쭉 빠진 채 호텔 로비를 걸어 방으로 들어가던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발걸음은 이날 저녁 강하게 내린 비에 온몸이 젖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12개 팀 가운데 가장 빨리 탈락이 확정된 팀으로 기록됐습니다.

이후 경기에서도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한국과 벨라루스 경기에 이어 펼쳐진 뉴질랜드와 쿠바의 경기 또한 명승부였습니다. 이기는 팀이 무조건 8강에 진출하는 단두대 매치였는데 경기 종료 11초전 59-62로 뒤진 뉴질랜드가 3점슛을 성공시키며 62-62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이어진 쿠바 공격 때 골밑으로 드라이브인을 하는 상황에서 심판의 휘슬이 불렸습니다.

쿠바는 자유투를 얻었습니다. 순간 쿠바 벤치에선 환호성이 나왔고, 뉴질랜드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했습니다. 보통 자유투로 승부가 결정되는 상황이 오면 확실한 파울이 아니고선 불지 않는 게 FIBA(국제농구연맹) 주관 경기의 통상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정은 조금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습니다.

쿠바는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고, 1.2초가 남은 상황에서 뉴질랜드는 긴 패스를 시도했지만 결국 잡지 못하며 경기가 종료됐습니다. 쿠바 선수들은 껑충껑충 뛰며 환호했고, 뉴질랜드 선수들은 코트 바닥에 드러누워 오열했습니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 양팀 선수들의 눈은 벌겋게 충혈 돼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선수들의 울음소리는 듣기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뉴질랜드를 취재하던 기자도 눈물을 보였습니다. 불과 2시간 전에 한국의 승리를 축하해줬던 그였습니다.

이처럼 15일 펼쳐진 4경기에선 나이지리아와 뉴질랜드에 이어 베네수엘라와 카메룬의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이제 낭트에는 8개 팀만 남았습니다. 16일 출국할 예정이던 대한민국 선수단은 20일로 귀국편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이제 태극낭자들의 얼굴에선 해맑은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파리를 거쳐 낭트에 도착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였습니다. 경기 후 로비를 걸어 다닐 때도 위풍당당한 모습입니다.

이제 한국은 17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과 8강 토너먼트에서 맞대결을 펼칩니다. 세계랭킹 3위인 스페인은 넘어서기 힘든 벽입니다. 중국에 77-43으로 대승을 거뒀고, 베네수엘라도 83-55로 제쳤습니다.

현지에서는 스페인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팀이 아니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올림픽 진출은 물론이고, 메달 색깔이 어떤 색일지 궁금하다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50점을 넘겼기에 사실상 위너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렸습니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만남이 소중합니다. 언제 스페인 베스트멤버와 만날 수 있겠습니까. 위성우 감독과 선수들은 유럽의 강호와 만나 부담 없는 일전을 펼치겠다는 각오입니다.

승패를 떠나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부딪히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2명 전원이 교대로 투입되며 스페인 농구를 경험하는 일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스페인이라는 대어를 낚는다면 이번 대회 최대의 파란으로 기록될 듯 합니다. 위성우 감독은 스페인전을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이후 일정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14일 나이지리아전에서 충격패를 당한 뒤에도 중국과 스페인의 경기를 분석했습니다. 15일 벨라루스에 승리를 거둔 뒤에도 뉴질랜드와 쿠바전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1승을 거둔 대표팀은 휴식일인 16일 가볍게 몸을 풀 계획입니다. 이틀 연속 출전 시간이 많았던 선수들은 최대한 쉬고, 나머지 선수들은 기본적인 훈련을 이어갑니다. 슈팅 연습은 전원이 함께 합니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낭트에는 매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화창한 날씨 뒤로 갑작스레 빗줄기가 보입니다. 15일 낭트 하늘을 뒤덮은 무지개는 한국 선수들을 향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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