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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9년 만에 피운 꽃’ 우리은행 짜라 이은혜
홍성욱 기자 | 2016.02.02 05:21

[스포츠타임스=춘천, 홍성욱 기자] 데뷔 9년이면 종목을 불문하고 중견 선수로 분류된다. 하지만 아직도 신인 느낌이 드는 선수가 있다. 바로 우리은행 가드 이은혜다. 그는 키가 작아(168센티) 팀에서 ‘짜라’로 통한다. 하지만 작다고 얕잡아보면 큰 코 다친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코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은혜에게 올 시즌은 아주 특별하다. 잠깐 들어왔다 다시 벤치로 물러서는 선수가 아닌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는 강아정(KB스타즈), 김단비(신한은행), 배혜윤(삼성생명) 등 동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묵묵히 땀을 흘리며 코트에서 활약할 때를 준비해 왔다. 지금 생각하면 웃으며 회상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었다.

신인 시절인 2007-2008시즌 평균 10분 31초를 뛰었고, 두 번째 시즌은 전경기(40경기)에 나서며 평균 12분 5초 동안 활약했던 이은혜였지만 이후 그의 존재가치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위성우 감독 부임 첫 해인 2012-2013 시즌에는 평균 4분 46초까지 출전시간이 줄었다.

이은혜는 “그 때 처음으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적은 나이도 아니었고, 미래는 불투명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를 붙잡은 건 위성우 감독이었다. 기회를 주지 않았던 위 감독이었지만 훈련 때 열심인 이은혜에 대해 중용의지를 갖고 있었다. 꼴찌였던 팀을 우승시키면서 마음의 여유도 조금 생겼다. 또한 부모님과 가족들의 열띤 성원 역시 이은혜의 마음을 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다시 시작하기로 했지만 마음먹기까지는 고민을 거듭했다. 이은혜는 “다른 사람과 달랐어요. 제 상황이 말이죠. 보통은 언니들의 벽에 가로막혀 벤치에 앉았지만 저는 동생들이 입단하면서 경기에 나가지 못했거든요. (박)혜진이가 들어오면서 그랬고, (이)승아가 입단하면서 더 그랬어요”라며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후배들에게 밀린 답답한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뛰었다. 악명 높은 여수 체력훈련에선 늘 1등으로 골인했고, 웨이트트레이닝 때도 심박수와 운동능력에서 최고 레벨을 보여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씩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은혜는 “2013-2014 시즌부터 출전기회가 늘었어요. 뛰면서 승리하는 기분을 처음 느꼈죠. 짜릿했어요. 사실 팀이 계속 꼴찌를 하면서 지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저 역시 식스맨 역할 정도에 만족해하고 있었거든요. 팀도 승리하고, 제가 코트를 밟는 시간도 늘어나니 더 깨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올 시즌 26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27분 18초를 뛰며 경기당 3.69득점, 리바운드 2.7개, 스틸 1.7개(전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당 턴오버가 0.9개로 매우 적다. 그의 알토란 활약 덕분에 우리은행은 1일 현재 22승 4패로 단독선두를 굳건히 하고 있고,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1일 춘천 신한은행전에서 이은혜는 11득점, 4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1쿼터 시작과 동시에 3점슛 2개를 성공시키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해냈다.

이은혜는 “올 시즌 우승하게 되면 정말 이전 세 차례 우승과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식스맨일 때는 갑자기 들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지금은 스타팅으로도 많이 나가고, 출전시간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서 실수 한 두 개를 해도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또 하나 달라진 건 농구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 그는 “농구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이전에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는 생각하기 싫어도 자꾸 농구 생각이 나서 짜증도 나고 다른 생각을 하려했었지만 지금은 농구 생각을 아주 많이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큰 목표를 따로 세우지 않았다. 목표를 물었더니 이내 “목표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이어가고 싶어요. 팀에 보탬이 되면서 다치지 않고 오래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간절함이 만들어낸 지금 이 순간이기에 오랜 기간 누리며 더 가꾸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저 한마디만 할께요”라고 오른손을 슬쩍 들어올렸다.

이내 “벤치에만 있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잘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잘하는 거라고 꼭 전해주고 싶어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는 이은혜의 지론, 8년 동안 땀방울을 쏟아내며 때를 기다려온 그가 요즘 당당하게 코트를 누비며 미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진=이은혜. (C)WKBL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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