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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방송작가 정효정의 여행기 '당신에게 실크로드'여자 혼자 경주에서 로마까지 143일
김다현 기자 | 2016.01.20 00:04
당신에게 실크로드 표지. (C)꿈의 지도

[스포츠타임스=김다현 기자] 경주에서 로마까지, 실크로드 1만2천 킬로미터를 143일 동안 혼자 여행한 여자가 있다. 남들은 명품가방 사고 시집갈 나이에, 실크로드를 걸었다.

낭만적인 서유럽 관광지도 아니고, 마사지 받으며 쉴 수 있는 휴양지도 아니고 거기에 여자 혼자 거길 대체 왜 간 것일까.

우려와 의문이 뒤섞인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그녀는 배낭을 꾸렸다. 어차피 인생은 선택. 남들이 다 가는 길만 따라가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모두가 꿈꾸는 비단길을 마다하고 진짜 비단길을 찾아 떠난 그녀의 특별하고 생생한 실크로드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신에게 실크로드'는 여자 혼자 경주에서 로마까지 1만2천 킬로미터 실크로드를 따라 143일간 모험을 떠난 여행기다. 단 한 권의 가이드북도 존재하지 않는 험난한 여행길을 따라가는 한 여행자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길 위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다시 쓰여 지고 있는 오늘의 실크로드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생생하게 펼쳐진다.

도보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걸었다면, 한국의 작고 여린 ‘라모 정’은 그 반대방향으로, 한국의 경주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실크로드를 여행했다. 저자가 경주부터 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 것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은 중국 시안이 아니라 바로 경주’라고 믿어서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신라인들의 ‘잇(it)’ 아이템 가운데 지중해 연안에서 생산된 유리제품들이 있다. 저자는 이것들이 경주가 실크로드의 종착역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라고 굳게 믿는다.

저자를 실크로드로 이끈 것은 신비로운 음악이다. 어린 시절부터 NHK의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에 나오는 사운드트랙을 수도 없이 들으며 저자는 실크로드 여행을 꿈꿨다. 그리고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그 꿈을 이뤘다. 사람들이 삼포세대니, N포세대니 절망을 말하지만, 그녀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행을 떠났다. ‘명품가방 하나 없는 노처녀’라고 해서 도전이나 모험을 입에 올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원치 않는 삶을 강요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비록 뱀과 어둠을 무서워하고, 몸집도 작고 여리며 방향치인 삼십대의 평범한 여자지만 오랜 꿈을 찾아 떠난다는 건 누구에게나 가슴 뛰게 멋진 일이니까!

그리하여 그녀는 타클라마칸, 고비 같은 사막지대와 천산 산맥, 파미르 고원, 힌두쿠시 산맥과 같은 높은 산악지대를 잇는 험한 루트를 혼자서 넘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하얀 양파꽃처럼 애잔한 누란, 신의 정원에서 살고 있는 파미르 사람들, 강박증을 가진 진시황을 만났다. 울면서 국경을 넘기도 했고, 바다가 말라붙은 무이낙의 쇠락해가는 호텔에서 혼자 미스터리 호러영화도 찍었다.

43년째 지옥의 불이 타오르는 사막에서 마음의 지옥도 보았고, 세상의 절반 이스파한에는 손님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서 결혼해 남편과 아이와 함께 여행하라고 진심어린 기도를 해주는 친구도 만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실크로드’에 아직도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이 묻혀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

도전이나 모험은 동화 속에나 등장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시대. 그녀의 이 낯선 여행은 유쾌하고 발랄한 웃음으로 우리를 깨운다.

잠들어 있던 모험심과 호기심을 일깨우며 낮설고 먼 실크로드를 지루하지 않게 떠나보자. 경주에서 시작해 시안과 우루무치를 거쳐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의 여정이 끝없이 펼쳐진다. 테헤란과 이스탄불도 지난다. 종착지는 로마다.

 

김다현 기자  kdhlife@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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