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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이탈리아 리그를 박차고 달려온 휠체어농구 스타 김동현
홍성욱 기자 | 2016.01.12 04:53
김동현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C)KWBL

[스포츠타임스=홍성욱 선임기자]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홀트 체육관. 올 시즌 처음 리그가 구성된 KWBL(한국 휠체어농구연맹) 2015-2016시즌 4라운드 마지막 날 경기가 펼쳐졌다. 홈 코트의 고양 홀트와 비행기를 타고 원정길에 나선 제주특별자치도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는 손에 땀이 나는 접전 끝에 제주도의 70-67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58초를 남긴 상황에서 66-67로 역전을 허용했던 제주도는 침착하게 전열을 정비해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37분 36초 동안 코트에 나서 무려 40점을 퍼부은 에이스 김동현 이었다.

김동현은 2점슛 성공률 71%(17/24)와 3점슛 33%(1/3)에 이어 자유투 75%(3/4)까지 엄청난 성공률을 자랑했다. 현재 그는 득점 부문에서 평균 26.92점으로 조승현(고양 홀트)에 이어 2위다. 팀 동료 송창헌(평균 14.33점·6위), 플레잉코치 김호용(평균 14.08점·7위)과 함께 승리를 합작하고 있다.

그가 속한 제주특별자치도는 개막 이후 파죽의 9연승을 내달렸고, 4라운드가 끝난 현재 11승 1패로 정규시즌 1위를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이제 남은 5라운드 결과와 상관없이 오는 2월 20일부터 3전 2선승제로 열리는 챔피언 결정전에 나선다. 초대 챔피언을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여기에는 김동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동현은 6살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었다. 이후 동광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시작하며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김동현의 기량은 쑥쑥 자라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로 뽑혔다. 2010년 서울시청으로 팀을 옮긴 그는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겪었다. 일본에 번번이 패한 것은 마음의 상처이자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던 것. 세계 최고 무대인 유럽 진출을 결심한 것도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한 것이 계기였다.

김동현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1점 차로 지고 있을 때 자유투 기회를 얻었어요. 제가 2개 모두 놓치면서 패했죠. 이후 더 성장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일본을 이기고 싶어 이탈리아 무대로 나가게 됐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그 열매는 달콤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예 멤버를 상대로 예선과 결선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은 쾌거였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동현. (C)HSVrese

이는 김동현이 지난 3시즌 동안 이탈리그에서 활약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2012년 이탈리아 1부 리그(세리아A) 산토 스테파노 소속으로 뛰며 12개 팀 가운데 4위까지 팀을 올려놨던 김동현은 이후 한국에 잠깐 들어와 고향인 제주특별자치도 소속으로 팀을 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다시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오른 김동현은 세리아A 바레세로 이적했다.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된 것. 이전보다 연봉도 올랐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제공받았다. 소속팀은 김동현의 가세로 3위까지 성적이 뛰어올랐다.

김동현에 대한 러브콜은 계속됐지만 그는 이번 시즌 한국에 남았다. 아시아 최초의 휠체어농구 리그가 출범한다는 말에 유럽무대 대신 한국 리그를 택한 것.

“한국리그 첫 해 꼭 우승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았습니다. 바레세에서는 제가 당연히 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저도 미안했죠. 하지만 제주도에서 뛰며 즐겁게 농구하고 있습니다.”

김동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사명감도 넘쳤다.

그는 이제 대구에서 열리는 5라운드와 다음 달 챔피언결정전에 모든 걸 걸고 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승과 함께 개인시상도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

“득점왕을 생각 안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팀 승리가 우선입니다. 팀으로 나선 것은 승리를 위한 것이니까요”라며 동료들과의 호흡을 강조한다. 실제로 김호용 플레잉코치와 함께 펼치는 투맨게임은 KWBL 리그의 백미다.

김호용 플레잉코치(왼쪽)와 김동현. (C)KWBL

올 시즌이 끝나면 김동현은 제주는 물론, 이탈리아 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소속팀 바레세는 아직도 김동현을 기다리고 있다. 더 큰 무대의 손짓을 쉽게 거역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올 시즌 KWBL에서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이탈리아에는 현재 1부 리그인 세리아A에 8개 팀이 있고, 2부 격인 세리아B에도 14팀이 별도 리그를 펼친다. 세리아C 리그도 활발하다. 또한 세계 최고 리그인 독일, 스페인, 터키 리그 클럽들과 유로피언컵에서 경쟁한다.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무대에서 부딪히며 기량을 점차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김동현은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와 더불어 호주와 이란, 그리고 일본이 강합니다. 다음 번 올림픽에선 꼭 예선부터 잘해서 본선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라며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태웠다.

지칠 줄 모르는 힘, 타고난 스피드,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낸 정확한 슈팅 능력까지 김동현은 이미 정상급에 서있지만 욕심이 더 많다. 그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환한 미소처럼 말이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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