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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이옥자 아이신 감독이 말하는 ‘유종의 미’
홍성욱 | 2015.09.22 07:59



[스포츠타임스=나고야(일본), 홍성욱 선임기자] 이옥자 감독은 한국여자프로농구(WKBL)와 세미프로 형식인 일본여자농구(WJBL) 최초의 여성 감독이다.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플레잉코치로 일본에 진출한 이후 선수, 코치, 감독으로 승승장구했다.

 

한국에 돌아와 농구 지도자와 체육행정가를 거친 그는 2012KDB생명 감독직에 올랐지만 쓴맛을 봤다. 그런 그에게 다시 손을 내민 팀은 일본 아이신 이었다.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다시 뛰고 있는 그를 나고야 인근 안조시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시 감독직을 맡으셨습니다.

작년부터 아이신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팀과의 인연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KDB생명에서 마무리가 잘 됐다면 거기서 끝을 냈겠지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팀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만큼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왔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었고, 내 농구인생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습니다.”

부임 첫 해는 12팀 가운데 8위를 했습니다.

막상 작년에 와보니 팀 자체가 너무 느슨하고 한마디로 망가진 상태였어요. 굉장히 고생했죠. 잔소리도 많이 하고, 선수들을 하드하게 다뤘습니다. 올해는 훨씬 나아졌습니다. 지시를 하면 잘 움직이고 있습니다. 4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옛날 기억 좀 더듬어주시죠. 언제부터 농구를 하셨습니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죠. 농구를 하려고 학교에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4남매 가운데 둘째였는데 당시는 다 어려웠죠. 효도하려는 마음에 등록금이 싼 학교를 선택하고 시험을 쳤어요. 합격자발표를 보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학여중에 갔는데 제 이름이 있었죠. 기쁜 마음으로 교정을 둘러보는데 한 쪽에서 볼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어요. 가보니 공을 가지고 움직이더라고요.”

농구와의 시작이 우연히 이뤄졌네요.

그랬죠. 체육관에서 뭐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농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너 하고 싶니?’라고 코치님이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대뜸 라고 답하니 내일 아침 9시까지 운동화랑 운동복만 들고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길로 집으로 뛰어가 합격했으니 운동화랑 운동복 하나만 사달라고 했죠.”

담을 넘어 훈련을 했던 일화는 유명한데요.

아 그건요. 중학교 때 훈련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성이 차지 않았죠. 2 때부터 주전을 맡게 되니 언니들이 구시렁거렸어요. 그래서 혼자 새벽훈련을 시작했죠. 학교 문을 열지 않아 담을 넘어 다녔거든요. 아무도 모르게 했는데 눈이 온 날 체육관으로 향한 발자국을 보신 감독님이 이후 저를 아주 예뻐하셨어요.”

숭의여고를 거치면서 더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랬죠. 농구에 눈을 그 때 뜬 것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상업은행으로 가면서 바로 대표팀에 뽑혔어요. 이후 7년을 뛰고 그만뒀죠.”

현역 시절이 조금 짧았던 것 같습니다.

살짝 짧은 느낌이 있지만 그 땐 은퇴가 다들 빨랐어요. 사실 미국 유학을 준비했었어요. 그러던 중에 샹송화장품 사장님이 일본에서 찾아왔어요. 만났더니 대뜸 플레잉코치를 제안했죠. 그 인연으로 일본에서 선수로 다시 뛰었어요.”

이후 박신자 선생님과 감독 코치로 함께 하셨습니다.

일본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데 박신자 선배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새 팀을 만드는 데 여자끼리 잘 해보자고 하셨죠. 신용보증기금 팀이었어요. 거기서 8년을 지냈죠. 그러다 후지쓰 감독으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7년 동안 후지쓰와 샹송화장품 감독을 하셨습니다.

후지쓰에서는 준우승을 했고요, 샹송에서는 두 차례 우승을 거뒀죠. 그런 부분 때문에 다시 일본 팀이 나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단시일 내에 아이신을 4강에 올리기 위해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한국 여자농구와 일본의 격차가 심했지만 지금은 역전당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저변입니다. 일본은 여고팀이 3600개가 넘습니다. 일본농구협회에 등록을 하지 않고 농구부만 유지하는 팀을 빼고도 그 정도죠. 더구나 깊이가 이전과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농구 지도자들이 일선학교에 많지 않았고, 급이 낮았죠. 책을 보면서 가르치는 경우도 많았고요. 이제는 경험 있는 지도자들이 각 팀의 우두머리가 되면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훈련을 시키고 있어요. 뿌리를 내린거죠.”

가장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어떤 점입니까.

기본기입니다. 기본이 중요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요. 나 역시 기본기 위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열심히 수비하고, 잡으면 속공하고, 또 달라붙고 그런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젠 입단하는 선수들이 어느 정도는 갖춰서 배출되고 있어요. 여기에 살을 붙이는 거죠.”

농구 인생의 남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이 선수들과 함께 달려보려 합니다. 그리고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마치려고 합니다. 다시 도전하고 있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이옥자 감독의 눈은 오전부터 충혈돼 있었다. 몸은 아주 건강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전날 경기 분석과 자료 분석을 꼼꼼히 한 때문이었다. 치밀하게 다가서는 그의 농구가 올 시즌 WJBL리그에서 어떤 성과로 돌아올지 궁금해졌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이옥자 감독. (C)더바스켓]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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