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스=허진우 기자]2009년 동아시아 여자배구경기대회. 한국 여자배구계는 초고교급 대형 선수가 나타났다며 반색했다. 16살 고교 2학년 선수가 일본을 상대로 한 성인대표팀 데뷔전에서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로 시선을 모은 것이다. 김연경과 함께 힘있는 플레이로 일본 코트에 공을 내리꽂았다. 배구계는 힘과 높이를 갖춘 공격수라며 ‘제2의 김연경’이라 칭했다.

그 선수는 점점 한국 배구 주역으로 성장했다. 전국대회(2009년 대통령배) 최우수선수(MVP)도 됐고, 프로 데뷔 첫해 신인상(2012년)도 받았다. 소속팀을 우승(2013년)으로 이끌며 한국 프로리그 대표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배구대표팀 공격수 박정아(21·IBK기업은행) 이야기다.

“정신없었죠. (김)사니 언니가 ‘저리로 가서 서’ ‘이쪽으로’라고 알려주면 ‘네’하고 가서 서서는 시키는 대로 공만 보고 때렸어요. 그러다 경기가 끝났죠.”

18일 선수촌 앞에서 만난 박정아는 첫 대표팀 데뷔전 이야기에 “긴장해서 어떻게 경기했는 지 모르겠다. 언니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뛴 기억만난다”고 했다. 그만큼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건 긴장과 부담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박정아는 고교생이 아닌 한국 여자배구 대표 공격수 중 한명이다. 그만큼 경험이 쌓였다.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 전반적인 기량도 한껏 성장했다. 프로 데뷔 첫해 리시브와 수비 불안을 지적받았으나 지금은 아니다. 수비에 재미가 생겼다. 그는 “수비는 말 그대로 하는만큼 늘어요. 훈련하면 느는 게 느껴지니까”라며 웃었다.

물론 공격도 늘고 싶다. 김연경의 강타와 연타를 섞는 여유와 침착함. 상대 블로킹과 수비를 고려해 코스와 각도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팀동료인 김희진이 점프력과 짧은 스윙으로 강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것 등 박정아는 대표팀 모든 공격수들의 장점이 욕심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교시절 (김)연경 언니가 우상이 아닌 선수가 없었을 걸요. 그만큼 연경 언니는 대단하니까. 연경 언니한테 배우고 싶은 게 많죠. 평소에 분위기도 편하게 해주고 장난도 많이 하고. 훈련이나 경기 때는 파이팅과 자신감이 넘치죠. 격려도 많이 해줘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요.”

지금 대표팀에서 박정아는 센터와 레프트 모두를 훈련하고 있다. 아시안게임를 앞두고 대표팀이 출전한 그랑프리 대회와 AVC컵 대회 모두 센터와 레프트로 나섰다. 주전은 아니지만 박정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IBK기업은행에서 우승할 당시 김희진, 알렌시아와 공격 부담을 나누면서 내가 주목받는 것보다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대표팀으로서도 박정아가 있어 다행이다. 대표팀은 20일 인도전을 시작으로 태국(23일) 일본(25일)과 조별예선에서 연이어 만난다. 현재 대표팀 주전 센터 한송이와 레프트 이재영 등 공격자원이 발목 부상에 시름하고 있다. 박정아는 센터와 레프트뿐 아니라 라이트도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동료들의 부담과 공백을, 회복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확실한 공격자원인 것이다.

박정아가 힘을 내면 대표팀의 금메달 목표도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정아가 활약할수록 김연경의 공격 집중도가 줄어든다. 그만큼 상대 수비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기 쉽다는 의미다. 박정아는 대표팀 주전 세터 이효희와도 한팀에서 뛰어봐 호흡도 잘 맞아 기대감도 높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이죠. 아시안게임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끝내고 싶어요. 감독님이 시키시는대로 팀에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합니다.”

배구를 향한 열정과 팀에 헌신할 수 있는 배려심, 스물한살 박정아의 배구는 아시안게임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thesportstimes.co.kr

[사진=박정아, 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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