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세밀로 축약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대호. 그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인들의 시각을 파헤쳤다. <편집자주>
이시미네 카즈히코 코치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홍성욱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훈련장. 현재 창단 4년째로 접어든 고양원더스가 훈련 및 경기를 치르는 본거지로 사용하고 있다. 우수한 시설과 뛰어난 접근성이 장점인 이 곳에 도착하니 또 하나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미래를 꿈꾸는 무명의 선수들이 최고수준의 코칭스태프들에 겹겹이 둘러 쌓여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땀이 비처럼 쏟아지는 열정의 현장에서 지난해 오릭스 1군 타격코치였던 이대호의 스승 이시미네 카즈히코(53) 코치를 만났다.
이대호는 밝고, 자세가 좋은 선수
이시미네 코치는 "이대호와 작년 한 해를 함께 했다. 밝은 선수였다. 이전 기록을 통해 어떤 선수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실제로 함께 해보니 야구를 접하는 자세가 아주 좋은 선수였다. 또한 팀에 활력이 필요할 때는 직접 나서서 움직이는 선수였다"라며 이대호에 대한 또렷한 기억을 하나씩 풀어냈다.
이어 "이대호 같은 클래스의 레귤러 선수라면 코치로서 가르친다 만다를 떠나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시켜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고참급 중견 선수에 대한 지도철학이었다.
실제로 이시미네 코치는 이대호에 대해 선 굵은 부분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타자가 4할을 칠 수도 없는 거고, 5할을 치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숫자적으로 봤을 때 이대호는 홈런, 타율, 타점 모두 상위권에 랭크된 선수다. 모든 면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있다. 스윙에 대해서도 교정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베팅은 기본적인 스윙 안에서 응용을 해가면서 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응용 면에서도 잘할 줄 아는 타자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덧붙여 "이대호는 투수와의 타이밍을 잡는 법에 대해서는 최고다"라고 말했다. 타격자세나 스윙에 대해서는 특별히 건드릴 부분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시미네 카즈히코 코치가 타격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홍성욱 |
이대호, 몸쪽 공을 참아야 한다
최근 이대호가 기대치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타격, 수비, 주루 등 모든 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시미네 코치는 "주루는 제외해야 할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긴 인터뷰 시간 중에 처음 보인 미소였다. 곧바로 말을 이었다.
"한 팀의 4번 타자로 게임에 계속 나가다보면 상대도 이대호를 다른 선수와 다르게 더 비중을 두고 공략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이대호에 대해 몸쪽 공 승부가 점점 많아지게 된다. 몸쪽 공을 잘 참아줬을 때는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만 욕심을 내서 그 공에 손이 나가기 시작하면 결과가 나빠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대호가 4번 타자의 프라이드 때문에 몸쪽 공을 때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라고 짚어냈다.
해결책에 대해 물었더니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몸쪽 볼에 손을 내지 않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몸쪽 공은 이대호의 기술이라면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다. 문제는 몸쪽 공에 대해 자꾸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볼에 계속 손이 나가는 것이다. 좋지 않은 모습이 바로 여기에서 나타난다"라고 지적했다.
몸쪽 볼에 방망이가 계속 나오는 것이 욕심이냐고 물었더니 이시미네 코치는 "욕심이기도 하지만 의지라고 봐야 한다. 4번 타자의 의지 말이다. 타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먹히는 타구가 나왔을 때다. 방망이 끝에 맞아 아웃되는 건 다음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기억이 별로 나지 않지만 먹히는 타구가 나오면 두고두고 미련이 남는다"며 이대호도 이런 면에서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미네 코치는 한 가지를 더 지적했다. "이대호는 몸이 크지만 상당히 부드럽다. 또한 어떤 공이 와도 모두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얘기하면 어떤 공이 던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결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이 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쁜 공에 방망이가 따라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와 한 시즌을 동고동락했던 노련한 코치의 세밀한 지적이었다.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왼쪽)과 이시미네 코치(오른쪽)가 함께 타격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 = 홍성욱 |
집중력의 비결과 훈련량의 상관관계
이시미네 코치는 현역시절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특히 찬스에 매우 강했다. 더구나 몸쪽 공에 대해서는 아주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비결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시미네 코치는 "아무리 찬스에 강하다고 해도 타격이라는 건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법이다. 중요한 건 경기의 흐름이나 상황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가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그 상황에서 상대투수가 오늘 주무기로 던지는 공을 노릴 것인지, 아니면 공이 오는데로 받아 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답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대처하며 노림수를 가져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정리했다.
현재 이시미네 코치가 몸담은 고양원더스의 훈련량은 실로 엄청났다. 일본 팀들에 비해 얼마나 많은 수준인지가 궁금했다. 더불어 훈련량과 타격 집중력간의 상관관계도 궁금했다. 적절한 훈련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팽팽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시미네 코치는 "일본 프로팀이나 사회인야구팀들도 훈련량은 많은 편이다. 그러나 고양원더스가 훨씬 더 많은 훈련을 한다. 사실 타격이라는 것은 몸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그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은 오로지 훈련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훈련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집중력은 몸의 기억과 반응에 따른 결과이기에 훈련량이 많을수록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인터뷰를 위해 이시미네 코치를 찾은 날에도 고양원더스는 아침 8시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끝나는 시간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야간 훈련은 일상이었고, 식사시간도 따로 없었다. 훈련 도중에 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잠깐 숨을 돌리고 이내 방망이를 다시 잡았다. 인터뷰를 마친 이시미네 코치도 마지막 말을 남긴 뒤 그라운드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이대호는 좋은 타자다. 나는 그를 믿고 있다".
▲ 이시미네 카즈히코는?
1961년 오키나와에서 태어난 이시미네 코치는 1981년 한큐브레이브스(현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해 1996년까지 16년 동안 활약했다. 본인이 최고의 해로 꼽은 1990년에는 타점왕과 베스트나인에 선정됐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마지막 3년은 한신 타이거스에서 보냈다. 그는 한신 최초로 연봉 1억엔을 받는 선수였다.
이시미네 코치는 현역 시절 1566경기에 출전해 통산타율 2할 7푼 3리를 남겼고, 1419안타와 269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고질적인 무릎부상에도 8시즌 동안 894경기에 연속 출전해 철인으로 불렸다. 은퇴 후 신문과 방송의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 동안 주니치의 타격코치를 지냈다. 2012년에는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타격코치로 옮겼고, 2013년에는 오릭스 버팔로스 코치로 있으면서 이대호와 함께 했다. 2014년부터 고양원더스의 타격코치를 담당하고 있다.
차분한 성격의 이시미네 코치는 타격의 중요한 포인트를 잘 지도해 구단은 물론, 제자들의 신뢰가 두터웠다. 이대호의 소프트뱅크 이적을 두고 이시미네 코치의 해임도 마음을 움직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주니치 시절 제자였던 이병규(LG)는 최근에도 옛 스승을 찾아 고양원더스 훈련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제자들에게 존경 받는 스승이었다.
▲ 지금 이대호는?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7월 27일 현재 52승 34패 4무(0.605)로 퍼시픽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오릭스와는 1.5게임차. 이대호는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3할 1리(352타수 106안타)와 12홈런 4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타율 5위, 최다안타 3위, 홈런 8위, 타점 14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대호는 7월 14일 니혼햄과의 원정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16일 지바롯데 원정길에서도 4타석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18일과 19일 세이부돔과 고시엔에서 펼쳐진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3년 연속 출전한 이대호는 두 경기에서 각각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후반기의 시작을 알린 21일 지바롯데와의 홈경기에서 이대호는 4타수 2안타로 팀의 4-3 승리에 기여했다. 다음날인 22일에도 4타수 3안타를 기록한 이대호는 타율을 3할 1푼 2리까지 끌어올렸으나 25일부터 펼쳐진 오릭스와의 3경기에서는 11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부진했다.
이대호는 29일부터 시작되는 원정 9연전(라쿠텐-니혼햄-세이부)에 나선다. 팀의 선두 굳히기와 더불어 여름사나이의 위력을 보여줄 것인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이대호의 사랑의 쌀 나눔
이대호는 이번 시즌 들어 홈런을 터뜨릴 때마다 비거리(미터)를 무게(킬로그램)로 바꿔 소외가정 아동에게 쌀을 기부하는 사랑의 쌀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평소에도 비시즌에 연탄배달을 하는 등 참여하는 기부를 이어왔던 이대호는 시즌 중에도 기부프로그램을 이어가고자 사랑의 쌀 나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캠페인은 네티즌도 동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대호는 참여 네티즌들을 위해 매월 친필 사인이 담긴 방망이와 사인공을 선물로 내놓았다.
고양 = 홍성욱 기자 pzkej@naver.com
홍성욱 pzk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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